연준 내부 분열 속 난제 강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상승과 고용둔화라는 상반된 위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빅컷(0.50%p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했다. 또 연준이 정치적이라는 비판에는 치졸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ABC방송ㆍ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상공회의소에서 연설을 통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상방쪽으로, 고용 리스크는 하방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 “이는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월은 “지금 연준이 따를 수 있는 ‘무위험 경로(risk-free path)’는 없다”면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이션 억제가 미완에 그쳐 결국 다시 긴축해야 할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너무 오래 높게 유지하면 불필요하게 고용시장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 기준금리가 ‘아직도 다소 긴축적’이라는 인식을 보이면서도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움직임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확실히 막을 것”이라며 성급한 금리 인하와는 거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연준은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기존 연 4.25∼4.50%에서 4.00∼4.2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p 떨어뜨린 뒤 9개월 만의 첫 인하다. 또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연내 추가로 2번 0.25%p씩 인하를 제시했다.
이처럼 파월이 올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삼가한 것은 연준 내부 인사들의 시각이 정책 방향을 두고 뚜렷이 엇갈린 것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셸 보먼 미국 연준 부의장은 이날 “연준이 고용 악화 대응에서 뒤처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정책을 더 신속하고 대규모로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꼽히는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가 “지나치게 긴축적인 금융정책은 연준이 고용 최대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큰 위험이 되고 있다”면서 적정한 정책금리는 ‘2%대 중반’으로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에서 “인플레이션이 4년 반 연속 목표치를 상회하고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선제적으로 공격적이 되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일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남은 기간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는 없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같은 날 알베르토 무살렘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추가 완화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스 해맥 미국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전일 “우리는 정책 제약을 제거하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한 제약을 해제하면 상황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파월은 연준을 비판하고 통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찌만 “연준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단순히 ‘치졸한 공격(cheap shot)’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와 함께 파월 의장은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 공직에 있는 우리는 거친 파도와 강풍 속에서 우리의 중요한 사명을 최대한의 능력으로 완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어디까지나 데이터에 근거하여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파월은 “우리는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들여다보고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정책이 금융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지 자문한다”며 “많은 측면에서 현재 주가는 상당히 고평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가 고평가 발언에 뉴욕증시는 이날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