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마이크론, 내년 3파전 본격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시장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대역폭 문제를 완전히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HBM4 시장에서 3파전 경쟁 구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액이 113억2000만 달러(약 15조7925억 원)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6.6% 늘어난 39억6000만 달러(약 5조5242억 원)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은 35.0%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포인트(p) 상승했다. 주당순이익(EPS)도 3.03달러를 기록해, 시장의 기대치(2.84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HBM 사업이 포함된 클라우드메모리 사업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3.6% 급증한 45억4300만 달러(약 6조3300억 원)를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20억 달러가 HBM에서 나왔다. 모바일&클라이언트 사업부는 24.5% 증가한 37억6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 자동차&임베디드사업부는 16.6% 늘어난 14억3400만 달러(약 2조 원)를 각각 기록했다.
향후 메모리 시장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의 수요가 기존 전망보다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의 공급량은 이에 못 미칠 것”이라며 “2026년에는 D램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HBM4 시장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객사 역시 6곳으로 확대됐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HBM4 사양과 수량에 관해 고객들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2026년 HBM 전체 공급량의 나머지 부분을 판매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던 성능 문제도 완벽하게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요구에 맞춰 대역폭을 최대 11Gpbs(초당 기가비트)로 높인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엔비디아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인 8Gbps를 넘어서는 10Gbps 이상의 대역폭을 요구한 바 있다. 마이크론은 내년 상반기 HBM4 첫 제품을 출하할 계획이다.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낙관적인 실적이 기대된다. 다만 내년 HBM4 시장 선점을 두고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노리는 삼성전자에는 마이크론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 12단을 공급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들어가 있다. HBM4에서는 타사보다 한 세대 앞선 1c D램(10나노급 6세대)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며 승부수를 띄운 상황이다. 현재는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
SK하이닉스는 HBM4 시장에서도 선두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본격적인 개발과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칩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도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3사의 본격적인 HBM4 공급 구도는 내년 2분기부터 예상된다”며 “엔비디아 HBM4 공급망 진입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HBM4 수요 비트 비중은 39%로 전망하며 이 중 60%는 SK하이닉스가 점유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비중은 각각 25%, 15%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