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과 주식…나는 주식에 걸었다”(노무현 전 대통령·2005년), “유동 자금, 부동산 아닌 주식시장으로”(문재인 전 대통령·2020년)
지난달 주식 양도세 문제로 주식시장이 하락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의 발언이 재조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민주당 대통령들은 모두 부동산이 아닌 주식시장을 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만 폭등했다. 이를 두고 사기도 세 번 당하면 당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또 믿냐”는 글들이 퍼졌다.
게다가 국회의원들과 고위공무원 대다수가 강남 3구 아파트 혹은 부동산에 전 재산의 70~80%가 들어가 있는데 대통령 혼자 아무리 주식시장을 살리겠다고 해도 말을 듣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실제로 100억 원이 넘는 압구정동 아파트를 판 사람이 80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얻었지만, 장기보유 특별공제로 80%의 차익을 감면받고 낸 세금은 10억여 원에 불과한 나라다.
그런데 10억 원치 주식을 사면 대주주가 돼 양도세를 25% 내라고 하니 주식시장에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으로 유지키로 하자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로 화답했다.
미국과의 무역협상 지연으로 환율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주식 양도세 리스크 해소 하나로 해결했다. 밀물처럼 들어오는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수십조 원을 들여도 잡기 어려운 환율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는 여러 계획과 목표 달성을 위해 확장적인 예산을 계획해 집행하려고 한다. 정부가 적자 국채를 100조 원 이상 발행하는 내년 예산안에 대해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터닝포인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즉 채권시장에서 적자 국채 100조 원 이상을 발행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는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등 다른 채권 발행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채권의 총량이 늘어나고, 이는 채권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일어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해 회사채 금리도 따라서 오르게 되는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대안이다. 가뜩이나 기업 부채가 높은 기업들은 이자 상환 의무가 없는 주식 발행이 유리하다.
따라서 주식시장 활성화는 증가하는 국채 발행과 기업 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에 자금 조달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한 부동산 활성화는 이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부동산 부양이 내수 활성화보다 오히려 부채 증가가 더 커지고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는 것을 최근 몇 년 사이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로 남는 것은 주식시장 활성화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부동산으로 한계에 다다른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주식시장을 통한 내수 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일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보다 저평가받는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려왔다. 기업들의 낮은 주주환원율, 불투명한 지배구조, 대주주의 이익에 편향된 의사결정 구조 등이 주요 원인이다.
코스피 5000 시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자, 기업들 또한 변화에 동참해야만 가능한 목표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이익을 내는 것을 넘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실질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는 기업만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스피 5000 시대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투자보다는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가치 투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변화와 기업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에 발맞춰 투자자 역시 성숙한 투자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