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 따른 역차별 막아야
육아휴직 등 남성도 참여 확대를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이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은 개인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진출과 승진 기회를 보장하는 성 평등한 일터가 저출생·저성장 해법으로도 연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제도가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효과를 내도록 정부와 기업의 실행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사회의 성별 갈등 양상에 대해 “유독 국내에서 갈등이 심화 중인 상황은 성 평등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며 잘못된 정보가 혐오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더욱 확대·재생산된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허 조사관은 “여성들이 능력보다 할당제로 사회에 자리 잡았다는 오해가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역차별 프레임이 강화되기도 했다”며 “이런 잘못된 정보 확산을 바로잡고, 능력 있는 여성들이 성별 임금 격차와 경력 단절 등에 막히지 않고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모두 도입했고, 법적으로도 성차별을 불법으로 명문화했지만, 근로자들이 이런 제도를 실제 활용하고 보호받을 수 있느냐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하드웨어는 갖춰졌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남녀 모두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돌봄을 위한 유연근로제 등 제도를 낙인이 찍히지 않고 당연히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한국 기업의 80~90%는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일·가정양립 공시 의무가 없는 중소기업에서도 일·생활 균형이 정착하도록 인센티브와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장은 “이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 고용평등 임곰공시제가 잘 도입되는 것이 첫 번째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임금격차는 단순히 여성이 덜 받는 문제가 아니라 채용·배치·승진·교육·훈련 등 고용 전 과정의 구조적 격차나 차별이 반영된 최종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 본부장은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같은 일·생활 양립 제도는 이미 서구에 뒤지지 않게 도입돼 있지만 남성 이용률이 여전히 낮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해 남성들도 같이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를 써야 함께 돌보며 함께 일하는 그런 성 평등한 사회가 되고, 나아가 격차 해소가 분명히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의 제도 개선과 함께 해외 모범 사례에서 배울 점도 있다고 강조한다. 허 조사관은 “아이슬란드는 국회나 기업 등에 여성 비율을 40% 이상을 유지하도록 법으로 보장하면서 임금 격차가 9.9% 수준까지 좁혀졌다”며 “여성들의 삶이 안정되고 예측 가능해지자 출산도 1.8명으로 늘고, 2025년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에 선정될 만큼 사회적 안정이 찾아왔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