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생산서 수율 60%…양산 청신호
삼성, 엑시노스·AI6로 반격 승부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무게중심이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대만 TSMC가 잇달아 수주를 따내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역시 2나노를 기회의 무대로 보고,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양강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최근 TSMC와 협력해 2나노 공정을 적용한 플래그십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테이프아웃(설계 검증 단계)을 완료했고, 내년 말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칩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디멘시티 9600’으로 추정하고 있다.
TSMC는 2나노 공정 중에서도 차세대 버전인 ‘N2P’로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양산 중인 N3E(3나노) 공정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전력에서 성능이 최대 18% 향상됐다. 또 같은 속도에서 전력이 약 36% 줄고, 로직의 밀도도 1.2배 늘어난다.

TSMC는 최근 2나노 공정에서 속속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TSMC는 애플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A20’칩도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A20은 애플의 내년도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아이폰 18’ 시리즈에 탑재된다. 이외에도 맥북용 M6 칩과 비전 프로용 R2 칩도 TSMC의 2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TSMC는 이미 2나노 시험 생산에서 약 60% 수준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수율이 60%를 넘기면 본격적인 양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양산 개시 전에 이미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면서 시장 선점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은 소식통을 통해 TSMC가 4월 1일부터 2나노 제품 주문을 받기 시작해 연말까지 웨이퍼 생산량을 매달 4만5000~5만 장, 내년에는 10만 장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2나노 공정을 반격 카드로 꺼내 들고, 조기 양산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해당 칩은 내년도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6 시리즈’ 중 프로와 엣지 모델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엑시노스가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비해 뒤쳐진다고 평가를 받아온 만큼 삼성전자는 첨단 2나노 공정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에 2나노 시장은 TSMC와의 격차를 뒤집을 수 승부처로 꼽힌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2분기 시장 점유율은 70.2%로, 직전 분기(67.6%) 대비 2.6%포인트(p) 확대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오히려 0.4%p 낮아진 7.3%에 그쳤다. 이에 양사 격차 역시 1분기 59.9%p에서 2분기 62.9%p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신규 파운드리 라인도 2나노 전용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로부터 수주한 차세대 자율주행용 칩 ‘AI6’가 내년부터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2나노 공정 등 선단 노드 수율을 빨리 높여 수익성을 최단기간 확보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