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임상, 한국은 제자리…이종장기 ‘골든타임’ 놓친다

입력 2025-09-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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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9-2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 이식받은 환자 6개월 이상 생존
국내는 형질전환 돼지 신장·심장 이식 영장류 6개월 이상 생존
국내도 기술력 있지만 연구 환경 미흡⋯정부 주도 장기 지원 필요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6개월째 생존하며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이종장기’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기술력을 갖추고서도 제도·자금·산업화 기반이 부족해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어 차세대 장기이식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올해 1월 지난 2년 이상 투석 치료를 받아온 67세 환자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 이 환자는 현재까지 투석 없이 생존 중으로 사람에게 이식된 돼지 신장이 6개월 이상 생존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식된 신장은 미국 이종장기 전문기업 이제네시스(eGenesis)가 개발한 것으로 돼지의 장기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원 3개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 7개를 삽입해 거부반응과 합병증 위험을 낮췄다. 이제네시스는 이번 성공을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이종장기 이식에 대한 세 번째 임상시험을 허가받았다.

미국이 이종장기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민간 투자와 정부의 자금 지원이 있다. 이제네시스는 환자에 이식할 돼지 신장의 첫 번째 임상시험을 위해 벤처캐피털로부터 1억9100만 달러(약 2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는 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을 영장류에 이식해 221일 생존시키는 등 기술은 보유하고도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윤익진 대한이식학회 회장(건국대병원 외과 교수)은 “미국산 형질전환 돼지와 1대1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기술적으로 국내 형질전환 돼지의 품질이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부족한 점은 전임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할 데이터다. 이를 확보하려면 앞으로 2~3년 정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열악한 연구 환경이다. 이종이식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가 낮고 2023년 이후 관련 국책과제도 사실상 전무하다. 회수 기간이 긴 특성상 투자 유입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현행 생명윤리법상 동물 장기의 인간 이식이 금지돼 있어 임상시험 자체가 불가능하다. 동물 생명권에 대한 논란도 걸림돌이다.

윤 회장은 “사람에게서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행위 자체가 본질적으로 윤리적 한계를 갖고 있다. 결국 타인의 생명 일부를 이용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어서 도덕적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종장기 이식은 부족한 장기를 보충하는 대안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동종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이식 형질전환 돼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옵티팜이 사실상 유일하다. 옵티팜은 2023년 돼지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해 국내 최장(221일) 기록을 세웠고, 2024년에는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영장류가 217일 생존했다. 일부 기업들이 이종장기 이식 관련 형질전환 동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전임상 단계의 영장류 연구에 활용할 만큼 충분한 품질을 갖춘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는 곳은 거의 없다.

국내 장기이식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 명을 넘고, 신장 이식 대기기간은 평균 2691일(7년 이상)에 달한다. 반면 장기 기증자(뇌사‧사후‧생존 등)는 3931명에 불과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장기 수급은 부족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뇌사자 기증 활성화나 심정지 후 장기기증 확대 등의 노력이 이어지지만 이런 방법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회장은 “현재는 연구 검증에 필요한 충분한 실험과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연간 40~50마리 이상의 실험동물이 필요하지만 연구비와 기반이 부족해 실험 진행이 쉽지 않다. 미국은 이미 2개의 대형 민관 컨소시엄이 1조 원대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이종장기이식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종장기 이식의 상업적 가치와 실현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민간 투자를 받기 쉽지 않아 정부가 초기 단계에서 연구비 확대와 기반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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