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로 수업의 벽 허문다"⋯시각장애 교사 연수 현장 가보니

서울시교육청, 'AI·에듀테크 장애인교원지원단' 연수 개최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의 서울 에듀테크 소프트랩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인공지능(AI)·에듀테크 장애인교원지원단’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강문정 기자 kangmj@)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의 서울 에듀테크 소프트랩. 시각장애 교원 6명이 이어폰을 꽂은 채 노트북 화면 낭독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교사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 주제와 목표 등을 차례대로 입력했다. 낯선 프로그램을 다뤄보는 손끝에는 긴장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기대가 묻어났다.

이날은 서울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출범시킨 ‘인공지능(AI)·에듀테크 장애인교원지원단’의 세 번째 연수가 진행됐다. 교사들은 이날 ‘패들렛 TA’이라는 AI 프로그램을 익혔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교사들이 수업 계획을 세우고 학습 자료를 만들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은 선도교사의 지도에 따라 직접 기능을 실행하며 수업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금세 만들어냈다.

많은 교사가 이미 AI와 에듀테크를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시각장애 교원들은 접근성 문제로 늘 한계를 겪어왔다. 어떤 플랫폼이 접근 가능한지조차 알 수 없어 개별적으로 탐색하며 수업 활용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장애인·비장애 교원, 접근성 전문가가 함께하는 지원단을 꾸렸다.

연수는 이달 10일부터 시작해 내달 15일까지 총 6일간 이어진다. 참여 교사들은 비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부터 특수학급·특수학교 교사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오남중학교 박준범 영어교사는 “수업 자료를 만들 때 PPT 같은 프로그램은 온전히 혼자서 다루기가 어려웠는데 AI를 통해 제약을 조금씩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학생 참여형 수업에서 활용해 보니 학생들의 몰입도가 확실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의 서울 에듀테크 소프트랩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인공지능(AI)·에듀테크 장애인교원지원단’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강문정 기자 kangmj@)

이번 연수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각장애 교원 스스로가 중심이 되는 ‘동료 교원 주도형 지원 체계’라는 점이다. 참여 교사들은 AI·에듀테크 도구의 접근성과 수업 활용성을 직접 탐색하고 실습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 후 향후 다른 시각장애 교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게 된다.

신상중학교 편도환 교사는 “그동안 장애 교원들은 에듀테크 관련 연수 기회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 수업과 업무 역량을 훨씬 다채롭게 확장할 수 있게 됐고, 배운 내용을 다른 교사에게도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특수학급 교사들도 AI 활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용수 상계고 교사는 “고교 특수학급은 생활지도가 중요한데 반복 안내나 규칙 지도에 AI가 도움이 된다”며 “학생 수준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 활용하면 지도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교사들은 AI·에듀테크가 수업의 제약을 완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연수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교사의 전문성과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명중학교 김헌용 교사는 “이번 연수는 장애인 교원의 유능함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며 “장애인 교원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에 스스로도 갇히기 쉬운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전문성을 키워 현장에서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며 자존감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연수 결과를 토대로 접근성을 고려한 AI·에듀테크 서비스 목록과 기본 매뉴얼을 제작해 점자와 오디오북 형태로 보급할 예정이다. 이는 시각장애 교원뿐만 아니라 시각장애 학생 지도에도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시각장애인 교원은 현재 420여 명이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AI와 에듀테크는 모든 교원과 학생이 차별 없이 배움의 기회를 누리게 하는 도구”라며 “시각장애 교원의 도전과 실천이 교육 현장의 혁신으로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