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투자증권은 17일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태광의 사업 다각화와 애경그룹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동시에 노린 전략적 거래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인수가 대주주 지분에 한정될 경우 소액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의 경영권 지분 63.38%를 인수할 계획이다. 거래 금액은 약 4500억 원대로 추정되지만 양측 모두 정확한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점에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될 예정이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B2B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상황이다. 상반기 영업손실 83억 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낸 만큼, 애경산업의 생활용품·화장품 브랜드 자산과 K-뷰티 성장세를 발판으로 B2C 전환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애경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급감했다. 모회사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참사와 계열사 부진으로 부채비율이 2020년 233.9%에서 지난해 328.7%까지 치솟은 상황으로 인수를 통해 태광의 자금력을 확보하고 R&D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거래 구조에서 불거진 소액주주 권익침해 논란이다. 현재까지 매각 대상은 오너일가와 AK홀딩스 등 대주주 보유 지분(63%)에 한정돼 있다. 이 경우 소액주주(30.38%)는 경영권 프리미엄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소액주주 기회비용은 약 914억 원으로 추정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는 아직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소액주주 권익 침해 논란은 불가피하다. 국회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이 논의 중이며, 매수 범위와 예외 조항을 두고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제도 도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이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의 부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향후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할 계획인 점도 소액주주 침해 기준이 될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이번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주 24.4%를 담보로 3186억 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이에 대해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일부 주주가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하며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일 결정문에서 “발행이 특정 주주만을 위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사의 충실의무는 전체 주주 균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다만 주주가치 훼손 여부는 인수 후 태광산업이 실질적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사후적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