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장 건설·신사업 등 노조 제동 우려
노란봉투법 통과 쟁의대상 조항 영향권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노조에 의무적으로 통지하기로 하면서 경영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더해 기아 노조는 신사업 전개를 국내 공장에서 추진할 것을 요구하면서 더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전체가 신사업 추진에 있어 사안마다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만큼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별도요구안에서 ‘미래 자동차산업 관련 국내공장 전개’를 요구했다. 수소차,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같은 신사업을 국내공장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친환경차핵심부품과 전장부품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요구했다.
양사 노조는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축소를 막기 위해 고용 안정과 국내 투자를 동시에 잡기 위해 요구를 하고 있다. 이미 현대차의 임단협이 잠정 합의된 상황에서 기아 노조도 사측에 강한 압박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의 생존권이 달린 미래고용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고용 불안 없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로 노조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미래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약 260억 달러(약 36조 원)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핵심 분야는 제철·자동차·로봇 등 미래 전략산업이다. 가장 큰 규모는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 t(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연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공장도 신설하는 것도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로봇 사업과 관련한 현지 법인의 사업, 인공지능(AI),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먹거리 산업도 추진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신사업 추진에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핵심인 만큼 노조의 요구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한 해외 공장 건설 및 물량 이전 계획 전달을 넘어 향후 생길 신사업도 일일이 통보하다 보면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도 변수로 꼽힌다. 해당 법 통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도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노조가 해외 투자를 늘리는 결정에 대해 파업 같은 강경 대응도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노조의 파업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뒤 노란봉투법이 맞물리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 노조가 최근 사흘간만 부분파업을 벌였는데도 약 4000억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투자가 시행되는 시점에서 노조가 경영상 결정에 견제 장치를 확보하면서 갈등 가능성이 커졌다”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면 향후 협의 과정은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