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 이상 ‘리한 화성 담보’ 확보 “원금가치 2배”…대여 합법성 강조
최우선 매수권‧상계 특약까지 적시⋯“적법 절차 거친 합리적 경영 판단”
현대차 1차 협력사, 재무‧실적 건실⋯변제능력‧車 산업계 관행 입증 주력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 앤 컴퍼니그룹 회장이 검찰이 문제 삼는 50억 원 대여금에 관한 합법성을 증명하고자 조 회장과 한국타이어 실무진 간 카카오톡 대화록을 항소심에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 심리로 전날 열린 조 회장의 2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180여 쪽에 달하는 프리젠테이션(PPT) 대부분을 현대자동차그룹 1차 핵심 협력사인 리한에 대한 금전대차 적법성 입증에 할애했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계열사 한국프리시즌웍스(HWP)를 통한 50억 원 대여는 내부 법무 검토‧절차를 거친 경영 판단”이라면서 “박지훈 리한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아닌 절차적 합법성을 갖춰 담보를 확보함을 전제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대여 계약에는 리한 화성공장 최우선 매수권 및 상계 특약이 포함됐다. 변제 불이행 때는 HWP가 공장을 200억 원에 매수하고 원리금을 상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타이어 실무진은 자금 대여 건에 대해 전반적 검토를 마친 뒤 ‘상당하고 합리적 채권 회수 조치’라고 조 회장에게 보고했다.
당시 조 회장은 “영 아니다 싶으면 드롭(drop)하라”며 ‘문제가 있으면 진행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실무진에 지시했다. 최종 승인 단계에선 “기한 내 상환, 공장 매각 통한 회수”라는 조건을 달았다.
감정 평가도 실시됐는데 2022년 11월 해당 담보 가치는 205억 원에 이른다. 올해 7월 기준 가치는 239억 원으로 상승한 상태다. 1순위 채권 새마을금고 대출 100억 원 가량을 제외한 100억 원 이상의 잔여 가치가 남았던 셈이다.
변호인은 “원금 50억 원의 두 배 이상 담보가 확보돼 있었으므로 (담보의) 실질적 가치는 충분하다”며 “‘조건부 지시 → 담보 검토 → 대표이사 결정’이란 절차를 밟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변제 능력 충분’…檢 공소사실 반박
대여에 따른 법인 수익성 조건을 따져보면 당시 대여금리는 연 4.6%로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약 3%) 보다 1.5배 이상 높다. 만기 연장 시 금리는 7%로 상향 제시됐다. 실제 리한은 이자 1억1000만 원을 모두 지급한데다 2023년 2월까지 원금‧이자 등 70억 원 넘게 전액 상환했다.
변호인은 “회사의 실질적 손해는 전혀 없었고 담보와 수익 조건이 충족된 거래”라며 “배임죄 성립 요건 ‘재산상 손해’ 자체가 전무하다”고 검찰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업계 관행 역시 근거로 제시됐다. 변호인이 제출한 사례집에는 현대차 1차 협력사 다수가 과거 경영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 거래회사‧관계사로부터 △자금 지원 △기한 연장 △선수금 조달 등 지원을 받은 사실이 명시돼 있다.
변호인은 “리한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계 표준 관행”이라며 “사전 리스크 차단은 물론 공급망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현대차 1차 벤더들은 상호 지원을 해왔고 이 건 또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완성차 협력사는 대체가 쉽지 않고 신규 벤더 선정엔 통상 2년 넘는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증거로 제출했다. 변호인은 “리한은 현대차 고정 협력사로서 지위가 탄탄했고 자동차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볼 때도 자금 지원은 정당한 경영 판단이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 공판 기일은 22일 오후 2시 열린다. 최근 검찰 인사 후 새로 바뀐 공판검사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박일경 기자 ek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