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점 이하 저신용자 대출 전체 6% 불과
"대출 규제로 저축은행 여신 운용 폭 줄어"
'서민금융' 주문과 현장 괴리…저축은행 딜레마

금융당국의 연이은 고강도 대출 규제가 중ㆍ저신용자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키는 등 ‘포용 금융’ 확대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ㆍ저신용자 금융 지원 기능이 상대적으로 큰 저축은행업권 마저 높아진 대출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상품별 취급 비중은 신용점수 701~800점대가 5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고신용자에 해당하는 801~900점에 내어준 대출도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반면 600점 이하 저신용자는 전체의 약 6%에 그쳤다. 상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를 털고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중ㆍ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불법사금융을 근절하고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제도권 금융을 제공한다는 저축은행의 본래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권을 향해 서민과 중ㆍ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라고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권에서는 현 시점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잇따른 대출 규제 강화와 높은 시장금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이후 대출 취급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보수적 영업 기조가 고착화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꾸준히 줄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직전인 2022년 6월 114조3353억 원까지 불어났던 여신 잔액은 해마다 감소해 올해 6월에는 94조7932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3년 만에 약 17%(19조5421억 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대출 규제 완화와 시장금리 인하 등을 통해 영업 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서민금융 확대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서민 대출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신용대출 제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 등 저축은행 업권의 여신 운용 여력을 대폭 줄이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LTV를 40%로 축소하면 결국 대출 수요 대부분이 은행권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면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한도 축소로 인해 전체적인 여신 운용 폭이 확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정부가 강조해온 중·저신용자 지원 확대와는 일부 괴리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행 DSR 체계로는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미 시중은행에서 한도를 채운 상태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아 저축은행 대출 한도를 늘려주지 않는 이상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시중은행이 1배수까지라면 저축은행은 1.5배수까지 허용하는 식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