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개편 후에도 수조 원 '에특회계' 소유권 두고 '밥그릇 싸움' 전망
국가 경제의 동력인 에너지 정책의 핵심 기능이 환경부(향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변경)로 전격 이관되기로 결정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소형 부처로 변화하게 됐다.
산업부 전체 직원의 14%에 달하는 에너지부문 공무원과 알짜 공기업,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전기요금 결정권까지 환경부로 이관되고, 소관 외청인 특허청 마저 국무총리실 산하로 넘어가서다.
9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7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에는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향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변경되는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산업부의 전력국, 원전국 등 에너지 파트 전체가 환경부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국가기술표준원을 포함한 산업부 전체 직원 1075명 중 자원 및 원전 일부를 제외한 150명 정도의 인력이 환경부로 이동하게 된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중추를 담당해 온 공공기관들도 소관 부처가 산업부에서 환경부로 바뀐다.
산업부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 관련 기관들이 남게 된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석탄공사, 광해공단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알짜 산하 기관은 환경부에 다 넘어가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기관들만 남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산업부의 외청이던 특허청마저 국무총리실 산하 지식재산처로 승격·분리된다.
이러다 보니 산업부 내부는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대선 공약으로 추진된 사안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이 산업부를 겨냥해 조직을 왜소화시킨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건지 씁쓸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이번 개편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거듭나며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룡 부처로 부상하게 됐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지정, 환경영향평가 등을 주로 다루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가 에너지 정책과 전기요금 등 민감한 경제 현안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조직 개편 이후에도 두 부처간 신경전은 이어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석유·가스 수입 부과금으로 에너지·자원 개발 및 확보,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에 쓰이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이하 에특회계)'의 소유권 문제다.
에너지 정책 전반을 담당하게 될 환경부는 당연히 에특회계의 주도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자원 개발 기능을 여전히 보유한 산업부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수조 원에 달하는 예산의 향방을 두고 두 부처 간의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은 환경과 경제 논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단순한 부처 이관을 넘어, 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