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우했지만,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수준에 그쳤다.
이날 톈안먼(天安門) 성루 중앙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리했고, 오른편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왼편에는 김 위원장이 섰다. 우 의장은 푸틴 대통령 쪽 맨 끝자리에 아내와 함께 배치됐다. 김 위원장과의 거리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멀었다.
입장 동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 의장은 성루로 오르는 길에서도 푸틴 대통령 뒤편에 서도록 배정돼 김 위원장과 접촉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우 의장은 전날(2일)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 만나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 문제에 관해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한반도 평화를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이런 점들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술잔을 나눈 인연이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한국과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중국이 양측의 동선을 분리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가 정상급의 순서와 우 의장의 순서가 약간 떨어져 있다고 한다”며 “상대측에서 만남을 원한다면 조우가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의미 있는 만남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국가정보원의 판단”이라며 국정원의 의견을 전했다.
동행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천안문 광장,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라며 “우원식 의장 내외분은 시진핑 푸틴 김정은과 함께 망루에 올랐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대표단은 귀빈 좌석에, 북한 대표단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국제부장 등 7~8명이 열 자리 앞, 왼편으로 앉았다”며 “공안들이 철저하다. 인민대회당 오찬장이다”라고 현장을 전했다.
우 의장은 전승절 행사 이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국무원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이어가며, 5일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