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00여 개 팝업스토어 열리는 중심지
브랜드와 소비자 동시에 끌어들이는 효과

서울에는 수많은 ‘핫플레이스’가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의 중심지를 꼽으라면 단연 성수동이다. 패션과 뷰티는 물론 식음료(F&B)와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자의 관심이 큰 브랜드가 몰리고 있다. 패션·뷰티업계에서는 성수동이 단순한 상권을 넘어 오프라인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2일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C&W)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성화한 상권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다. 2분기 서울 7대 가두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한남&이태원·청담·성수) 평균 공실률은 15.2%인데, 성수는 3.4%로 가장 낮은 공실률을 보였다.
C&W 보고서를 보면 2분기 기준 성수동은 매월 신규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 출점이 이어지며 타 상권 대비 ‘상권 전환율’이 높다. 상권 전환율은 일정 기간 내 동일 점포에서 브랜드가 변경된 빈도를 말한다. 성수동은 이미 작년 12월 부동의 상권 1위인 강남을 제치고 일평균 유동인구 1위를 기록했다.
성수동이 국내 최대 상권으로 떠오른 데는 패션·뷰티 중심지라는 인식 때문이다. 매달 10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성수는 ‘팝업 성지’로 불린다. 팝업스토어 전문기업 스위트스팟의 ‘2024 팝업스토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요 지역 중 성수동이 팝업스토어 오픈 빈도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칼 라거펠트 △무신사 뷰티페스타 △푸마 나이트로 하우스 △유튜브 팬페스트 등으로 굵직한 브랜드이 잇달아 팝업을 열었다.
패셥업계 한 관계자는 “성수동은 방문할 때마다 열리는 팝업이 바뀌어 매번 새로운 경험을 주는 상권”이라며 “최근 성수동 팝업의 주기가 더 짧아지고 있고, 브랜드들도 이곳을 하나의 전략적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수동은 팝업 성지를 넘어 플래그십 스토어 집중 지역으로 진화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주력 매장이다. 성수동이 글로벌 MZ세대 중심지가 되자 △디올·프라다 뷰티 등 명품 브랜드부터 △아디다스·브랜디멜빌·이솝 등 해외 유명 브랜드 △마뗑킴·스탠드오일 등 K패션 대표 브랜드 △논픽션·블루엘리펀트 등 트렌디한 브랜드까지 내로라하는 패션·뷰티 브랜드가 앞다퉈 단독 매장을 냈다.
패션·뷰티업계에서는 성수동이 오프라인 플랫폼 역할을 하며 브랜드와 소비자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양면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양면 네트워크 효과는 공급자가 많은 플랫폼에 소비자가 몰리고, 이에 따라 다시 새로운 공급자가 늘어나 플랫폼 규모가 확대되는 것을 뜻한다. 성수동에 고객의 관심을 사로잡는 트렌드 공급자가 자리한 이후 소비자가 증가했고, 이 영향으로 다시 신규 공급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저서인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를 통해 주요 패션·뷰티 업체들이 성수동을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 문화적 도시 재생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션·뷰티 기업들이 지역의 문화와 자원을 활용해 팝업스토어 등 특색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지역 상권까지 활성화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약하며 지역의 부흥과 경제적 선순환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남신구 C&W 리테일임차자문팀 이사는 “최근 1년간 성수 상권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 입점이 이어지며 빠르게 상업적 규모와 영향을 확대해왔다”며 “기존 상권들의 성숙기와는 다르게, 성수동의 색을 입힌 특화 매장을 내는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성수로 몰리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