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9000억 유증 초강수…NH도 6500억 증자

금융당국 새 수장들이 일제히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 확대”를 강조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 등 자본시장 굵직한 과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등 승부수를 던지며 IMA(투자일임형 종합금융계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MA 사업에 도전장을 낸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증권의 상반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28조 원으로 연말까지 30조 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이 IMA 사업을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선 결과다. 금융 당국이 이르면 연내 최초로 지정하는 IMA 사업자의 기본 요건은 자기자본이 8조 원 이상이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월 말 기준 10조5000억 원으로 기준을 충족한다. 지난달 26일 9000억 원 유상증자를 발표해 올해 연말에는 자기자본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증자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종투사로서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IMA 투자 여력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달 6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로써 7조5000억 원이던 자기자본을 8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IMA 도전 의지를 공표한 것이다. 증권사들이 연달아 유증 승부수를 던진 것은 금융당국 수장들이 교체되면서 자본시장 정책 기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이들은 모두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 확대를 주문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몸집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생산적 금융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역시 취임 일성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최근 간담회에서 "모험자본 등 필요한 곳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언급했다.
정책 기조의 공통분모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자본의 공급 확대다. 벤처·스타트업 투자, 기업 성장 단계에서의 자본시장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종투사 관련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3분기 중 접수된 인가 심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연내 첫 IMA 사업자 지정을 발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유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만큼, IMA 출범은 단기간 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의 유증은 단순한 자본 확충 차원을 넘어, 향후 모험자본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와 직결된다. IMA 계좌는 증권사가 고객 예치금을 받아 기업대출·회사채·혁신기업 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운용하고, 운용수익을 고객에게 배당한다. 자기자본의 최대 3배까지 투자할 수 있어, 자본 규모 자체가 곧 투자 가능성과 직결되는 구조다. 결국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은 '더 큰 투자'를 위한 필수 포석이라는 얘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한 만큼, 증권사들의 자본 확충 노력도 뚜렷한 명분을 얻게 됐다"며 "IMA와 발행어음을 통한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자본시장 전반의 활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