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부품 소싱 다변화 추진
“중소·중견 부품업체 맞춤형 지원 절실”

국내 완성차 부품사들이 미국발(發) 관세 충격에 완성차 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생산과 조달 확대 여력이 있는 완성차 기업과 달리 영세한 규모가 대다수인 중견·중소 부품사들은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현지화를 가속화하면서 국내 협력사들의 줄도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7월 자동차 부품 수출은 19억2000만 달러(약 2조6645억 원)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고 북미향 수출은 12.1%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부품사들의 대미 수출 비중은 약 36.5%로 미국 시장의 변동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기아의 현지 부품 조달 확대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양사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현지 부품 소싱 다변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당시 “재료비·가공비 절감을 통한 생산 효율성 향상을 위해 미국에서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며 “200여 개 업체로부터 부품 견적서를 받았고 최적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생산을 늘리면서 현지 부품 매입액도 늘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주 공장(HMMA)의 올해 상반기 부품 조달액은 6조6106억 원에 달했고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1조7780억 원 규모의 부품을 조달했다. 기아 조지아 공장도 같은 기간 6조5758억 원을 썼다. HMGMA를 제외한 나머지 공장의 부품 조달액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현지 조달률은 현재 48.6% 수준에서 더 확대될 전망이다.
부품업계는 관세와 현지 조달 확대라는 ‘이중고’로 더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도달했다고 호소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미국으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이 관세를 국내 본사에서 직접 부담하고 있다.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와 함께 관세 정책 장기화로 미국 수출 물량 감소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들에 관세율을 반영한 높은 단가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고 그 부담을 온전히 떠안으면서 수익성은 악화된 지 오래”라며 “현지 조달 부품이 늘어난다면 협력 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견·중소 부품사 맞춤형 금융 지원과 수출 다변화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최근 현대차그룹과 하나금융은 무역보험기금 자금을 출연해 총 6300억 원 규모의 수출 금융을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한 것도 대책의 일환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이나 제3국 우회 생산 등 구조적 대응도 검토 중이나 초기 투자비와 인력 확보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품사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리스크 관리 지원, 현지 진출을 위한 자금 지원 등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