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상무 “한일 투자금으로 국가경제안보기금 조성”
한국 업계 투자·경영에 제약 우려
WSJ “정부 통제 중국식 자본주의”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US스틸)과 반도체(인텔) 등에 이어 조선업계 지분 확보에 나설 의향을 보였다. 한국 정부가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제안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미국 현지 언론은 잇따른 산업계 지분 확보와 관련해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7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조선업 지분 투자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조선업처럼 우리가 재편해야 하는 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며 “조선업은 중요한 산업이지만 지난 30~40년 동안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전날 “한국과 일본이 투자한 자금으로 국가경제안보기금을 조성할 것”이라며 “이는 인프라 구축에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조선업체 지분 확보를 추진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의 조선업 투자 패키지, 즉 마스가 프로젝트와 함께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무역협상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세부 투자처와 규모는 여전히 협의 여지를 남겼다. 마스가는 한국 조선사가 미국 선박 건조와 정비(MRO) 능력 확충을 위해 대대적인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생산은 물론, 인력과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미 해군과 상선 수요를 뒷받침한다.

한국 기업이 투자하는 데 미국 정부가 지분 확보에 나서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미국 조선사는 물론 한국 업체들이 세운 현지법인도 지분 확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미국 휴스턴에 현지 사무소와 지사(Branch Office)를 운영 중이다. 한화오션은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순방 과정에서 방문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이외에 휴스턴에 엔지니어링 자회사(옛 DSME) 등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가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된 조선소 지분을 얻으면 한국 기업들의 투자나 경영권에 제약을 걸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고용과 생산 비중 확대를 우선시하면서 압력을 가할 위험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이후 주요 전략산업마다 정부 지분 확보에 나섰다. 가장 먼저 일본제철이 인수를 마무리한 US스틸은 미국 정부가 ‘골든주’를 거머쥐고 있다. 의결권은 없으나 국가안보와 연관된 경우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자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을 보유한 MP머티리얼스 우선주를 4억 달러에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반도체 기업 인텔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조금 109억 달러(약 15조 원)를 지원하고 이를 대신해 지분 10%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기업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때 우리 돈 6조9000억 원 수준의 보조금을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대신해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 바 있다.
이처럼 철강과 반도체·희토류 기업 지분을 확대해온 트럼프 정부가 조선업까지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 통제력을 이용해 경제에 더 깊숙이 관여하면서 중국 공산당을 모방하고 있다”며 “국가자본주의를 먼저 시행한 프랑스와 러시아 등이 미국보다 훨씬 더 느리게 성장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