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CIO에 감사실장 출신 선임
조직체계 개선 및 내부통제 강화 나서

감사원 조사로 자산운용본부장(CIO)의 비리가 적발된 건설근로자공제회(건근공)가 내부통제 강화에 고삐를 죈다. 감사실장 출신을 신임 CIO에 선임한 후 외부 용역을 통해 의사결정 방식, 조직 체계까지 손 봐 자산운용 체계 전반을 개선할 예정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건근공은 이달 초 '자산운용 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건근공은 추진 목적에 대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제부금 자산운용을 위해 의사결정 방식, 조직체계, 내부통제 방안 등 자산운용 체계 전반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은 올해 5월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를 발표했다. 해당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건근공의 A 본부장은 2016년부터 공제회 투자 검토 업무를 수행하면서 각종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차명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2020년 5월 공제회 투자와 관련한 외국 브로커 회사로부터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20만 유로(당시 환율 기준 2억6590만 원)을 수취했다. 2020년에는 해당 차명회사를 통해 처남과 배우자의 계좌를 거쳐 자신의 계좌로 2억5000만 원을 이체 받았다.
또한 해당 본부장은 차명회사가 컨설팅 업무를 넘어 업무집행사원(GP)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GP 등록을 직접 추진했고, 자신의 직위 등을 이용해 공제회 이사장 명의의 출자확인서 등 GP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발급받아 차명회사를 GP로 등록했다. 지난해 1월 본부장으로 취임한 이후 자신이 사적으로 추진하는 우드펠릿 사업에 공제회 자금을 몰래 투자해 펀드를 조성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제회 자산운용 담당 직원의 경우 주식의 매수가 금지돼 있는데도, 자신 명의의 계좌뿐만 아니라 가족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최소 26억6800만여 원 이상의 주식 매수 행위를 했다. 아울러 투자심의위원회 자료 등을 통해 투자 대상 회사의 내부 정보 및 향후 실적 전망 등을 확인한 후 직무 관련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 공제회에서 투자한 상장·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조사 후 건근공에 해당 본부장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고, 건근공도 절차를 밟았다. 이후 건근공은 신임 CIO에 신익철 감사실장을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건근공이 감사실장을 CIO에 선임하면서 내부통제에 강화에 나설 것으로 봤다.

이번 외부 용역도 내부통제 강화의 일환으로 보인다. 해당 용역의 과업에는 건근공의 자산운용 구조부터 리스크 관리 체계 및 조직 현황·구축 등 전체적으로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국내외 주요 사례 및 벤치마크 등을 통한 준법감시인 사내변호사 도입, 리스크법무실 신설 및 투자 프로세스 내 역할 정립 등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 건근공은 자산운용 관련 전문가 자문단도 운영할 예정이다. 자문위원은 4~5명 내외로 구성될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GP에 책임경영을 강조하던 기관투자자(LP)의 비위가 밝혀지면서 LP들도 내부통제 강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건근공의 사례처럼 내부통제 강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