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상생의 만루홈런, 2025 APEC이 남길 의미

입력 2025-08-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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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APEC연구컨소시엄사무국장
▲이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APEC연구컨소시엄사무국장

지난 8월 인천에서 열린 APEC 제3차 고위관리회의 첫째 날 일정이 끝나가던 오후 5시 45분, 21개 회원국 고위관리들이 서둘러 향한 곳은 저녁 만찬장이 아닌 인천 문학야구장이었다. APEC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스포츠 문화 외교이자, APEC에서 처음 개최될 ‘문화산업 고위급 대화’의 성공적인 예고편이었다. 처음 접하는 KBO의 열정적 응원 문화 속에서 ‘치맥’을 저녁으로 대신한 고위관리들은 다음 날 아침 계속된 회의에서 연신 한국 APEC 준비단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이 신선한 경험이 추억으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와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가 어떻게 APEC의 경제협력과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모두가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는 ‘2025 APEC의 성공’을 예감케 하는 상징적인 홈런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쏘아 올려야 할 ‘만루 홈런’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첫째, 지난 5월 제주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첨예한 관세 전쟁 속에서도 한국 주도로 공동선언문을 도출했듯, 세계무역 질서와 지정학적 안정에 기여하는 핵심 중재자 역할을 확립하는 것이다. 지정학적 갈등이 확산되고 그 중심에 APEC 회원국들이 얽혀있는 상황 속에서, 10월 말 경주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전망이다. 역내 평화와 번영이라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한국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APEC의 가장 큰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기술 발전과 인구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역내 번영을 위한 협력을 선도하는 것이다. 한국은 8월 APEC 최초의 ‘AI 디지털 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디지털 주간’과 ‘에너지 슈퍼 위크’를 통해 관련 신산업 의제를 선도했다. 나아가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정책 협력 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래세대를 위한 기금도 마련했다. 이러한 선도적 논의를 구체적인 APEC 정상선언문과 정책 방향으로 발전시켜 AI·디지털·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이 홈런의 두 번째 조건이다.

셋째, 정상들의 선언을 넘어 국민의 삶에 와 닿는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APEC이 단순한 외교 행사에 그치지 않고, “그래서 우리에게 무엇이 좋아지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예컨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 정상, 기업인, 언론인이 방문한다. 이는 곧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관광 특수로 이어지며, 경주를 넘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다. 나아가 APEC에서 다뤄지는 무역·투자 관련 논의는 우리 기업에 더 넓은 시장을 열어주고, 안정적인 공급망 협력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렇게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세 번째 홈런의 조건이다.

이 모든 성공의 기저에는 ‘상생’의 정신이 자리해야 한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지난 8월 여의도에서 열린 APEC의 모체 격인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서울 총회에 특별연사로 참석해, 비구속적이고 유연한 APEC이야말로 현재의 통상환경에서 세계가 선택할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이 지점에서 ‘상생’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분절된 세계를 통합으로 이끄는 구체적인 전략이 된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이것이 바로 2025년 우리가 쏘아 올려야 할 진정한 의미의 ‘상생의 만루홈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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