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들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내외 MASH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효과적인 치료제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MASH 치료 옵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 이달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노보 노디스크의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MASH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조건부 승인하면서다. 이로써 위고비는 GLP-1 계열 약물 중 처음으로 중등도에서 고도 간 섬유화를 동반한 성인 MASH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MASH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사례는 지난해 3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레즈디프라’가 유일했다. 레즈디프라는 갑상선호르몬 수용체-베타(THR-β)에 작용해 간 내 지방축적과 섬유화를 억제한다. 이달 19일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에서도 MASH 치료제로 승인되면서 EU 회원국 27개국과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등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올릭스, 메타비아, 한미약품, 디앤디파마텍 등이 M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1~2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올릭스가 개발 중인 OLX702A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후보물질로, 위고비의 대항마인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보유한 일라이릴리와 올해 2월 총 계약 금액 6억3000만 달러(약 8729억2800만 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올릭스는 MASH와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호주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릴리로부터 받는 선급금은 공개하지 않았다.
OLX702A는 전장유전체 상관분석연구(GWAS)를 바탕으로 확인된 MASH의 발병에 관련된 유전자 MARC1의 발현을 억제해 지방간과 간염 및 섬유증을 개선한다. 전임상에서 간 내 지방 감소 효과를 확인했으며,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및 위 억제 펩타이드(GIP) 계열 치료제와 병용 투여 요법으로 항비만 효과도 의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동아ST의 자회사 메타비아는 DA-1241의 글로벌 임상 2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DA-1241은 주로 췌장의 베타세포와 소장에 있는 K-세포, L-세포의 수용체인 GPR119에 작용하는 기전이다. GPR119가 활성화되면 인슐린과 GLP-1 같은 호르몬 분비를 늘려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앞서 6월 메타비아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DA-1241과 ‘에프룩시퍼민’을 병용투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병용요법은 DA-1241 단독용법에 비해 간 손상 지표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더 큰폭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에프룩시퍼민은 간에서 생성되는 대사 조절 호르몬인 FGF21의 작용을 모방하는 약물이다.
한미약품은 한국과 미국에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2b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GLP-1, GIP,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제로, 다중 약리학적 효과를 토대로 MASH 환자의 지방간과 간 염증, 간 섬유화 등 복합 증상에 치료 효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20년 미국 FDA로부터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에 대해 MASH 치료제 패스트 트랙(신속 심사) 지정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로부터 글로벌 2상 임상시험의 중간 데이터를 토대로 ‘특정 용량군 제외 없이 모든 용량에서 지속 진행’을 권고받는 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에서 DD01의 2상을 진행 중이다. 1차 평가지표로 설정된 ‘위약군 대비 DD01 투약군 12주차 지방간 30% 이상 감소 환자 비율의 차이’에서 DD01 투약군 75.8%, 위약군 11.8%의 수치를 확보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도출했다. DD01 투약군에서 12주차 평균 지방간 감소율도 62.3%로 위약군 평균 8.3% 대비 우수했다.
디앤디파마텍은 DD01 개발을 위한 글로벌 협력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최근 중국의 우시 앱텍이 디앤디파마텍의 DD01을 공정 개선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디앤디파마텍은 DD01 펩타이드 설계의 구조적 특성과 생산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우시와 협력, 개발 일정을 단축한 바 있다. 또한 현재 미국 투자은행(IB)과 컨설팅 계약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링도 물색하고 있다.
MASH는 음주를 하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으로, 간염과 간경변 및 간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 한국을 비롯해 선진국 중심으로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약 1억2000만 명의 MASH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미국 성인의 약 24%인 6290만여 명이 위험군이며, 1.5~6.5%(390만 명~1700만 명)가 MASH 환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환자 증가세에 따라 MASH 치료제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전 세계 M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억8000만 달러(약 2495억 원)로 추산됐고, 2030년에는 약 92억6000만 달러(12조8343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