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소주의 날’ 제정…미국의 별난 기념일들

레이건, 우유 소비 활성화 위해 ‘국가 아이스크림 데이’ 지정
음식과 간식ㆍ패션 등 앞세운 기념일
"상술" 폄훼 속, 관련산업 육성 순효과

▲미국 40대 대통령은 낙농가와 낙농 관련산업 육성을 위해 1984년 7월을 '아이스크림의 날'로 지정했다. 그 해에만 공식 지정했으나 이후로 40년 넘게 미국인들은 기념일로 여기며 아이스크림을 즐기고 있다. (출처 로널드 레이건 뮤지엄)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40대)은 7월 세 번째 일요일을 ‘국가 아이스크림 데이’로 지정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우유의 약 10%가 아이스크림 제조에 쓰인다. 당시 연방정부는 낙농가와 낙농 가공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아이스크림 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아이스크림 데이도 이 가운데 하나다.

레이건 대통령이 직접 “7월 15일은 아이스크림 데이!”라고 공표하자 국민, 특히 아이들이 환호했다. 이날 하루만큼은 마음껏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4년 한 해만 아이스크림 데이를 지정했다. 그러나 미국 국민은 올해까지 40년 넘게 매년 셋째 일요일을 '아이스크림의 날'로 여긴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다양한 마케팅이 펼쳐지는 미국에선 지역과 정치권ㆍ단체ㆍ기업 등이 나서 다양한 기념일을 지정하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정치권에서는 한국 전통술 '소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소주의 날'도 제정했다.

2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스티븐 최(한국명 최석호) 의원실과 주의원들은 새크라멘토에서 '소주의 날' 지정 기념행사를 열었다. 올해부터 매년 9월 20일은 캘리포니아주가 지정한 '소주의 날'이다.

이들 대부분 민간 영역에서 지정한 기념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정 공휴일과 거리가 멀다. 다만 오랜 시간 관행처럼 지정된 기념일은 이제 '기념일 캘린더'가 나올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의 상술”이라며 이들을 폄훼한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와 사회 문화적 순효과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미국의 독특한 기념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매년 1월 15일은 모자의 날이다. 이날 하루 다양한 모자가 길거리에 차고 넘치기도 한다. 소매업체도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단순히 모자 하나만 갖고도 기념일을 만들고 그날 하루를 재미나게 보낼 수 있다.

2월 7일은 친절을 실천하는 날(Random Acts of Kindness Day)이다. 그렇지 않아도 친절한 미국인들은 이날 하루 더욱 친절해진다. 평소 삭막하게 지냈던 이웃과도 이날을 계기로 관계를 돈독히 다질 수 있다.

3월 14인을 ‘파이 데이’다. 이른바 수학의 날인데 원주율 3.14에서 착안해 3월 14일을 수학의 날로 정했다.

매년 5월 4일은 스타워즈의 날(Star Wars Day)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출발했으나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아이템이다. 이날 하루 스타워즈 영화팬들은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를 비롯해 영화를 기린다. 소매업체 역시 다양한 스타워즈 기념품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6월 첫째 금요일은 도넛 데이. 도넛은 한때 대표적인 전투식량 가운데 하나였다. 1차 대전 당시 부족한 식량을 대신해 전장에서 직접 철모를 뒤집어 도넛을 튀겼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도넛 데이는 방위성금 모금에서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7월 셋째 일요일은 앞서 언급한 아이스크림의 날이다. 뒤이어 7월 13일은 감자튀김의 날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패스트푸드 전체가 나서서 이날은 감자튀김을 할인하거나 일부 매장에서는 공짜로 나눠주기도 한다.

역시 감자 농가의 활성화, 이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 시작했다. 2023년부터는 매년 7월 둘째 일요일로 기념일을 바꿨다. 프렌치프라이(French Fry)라는 이름답게 금요일(프라이데이)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설득력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