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유권자 수의 25% 미달
중국 위협에 에너지 자립 경각심 높아져
2030년까지 전력 수요 13% 증가 예상

대만에서 실시된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국민투표가 법정 요건 미달로 부결 처리됐지만, 투표자의 74%가 재가동에 찬성표를 던지며 대만에서 탈원전 논란이 다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대만 정부는 늘어나고 있는 에너지 수요를 맞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더 거세지게 됐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에서 23일 실시됐던 원전 재가동을 위한 국민투표가 법정 요건이 미달하며 안건이 부결됐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야당 의원에 대한 2차 파면 국민 소환 투표와 함께 치러진 대만 원전 3호기의 재가동을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이는 5월 상업 운전면허가 만료된 대만 남부 핑둥현 지역에 있는 제3 원전인 마안산 발전소 재가동 여부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투표 결과 찬성률은 74.2%(약 434만 표)에 달했지만, 찬성표가 국민투표 가결 요건인 전체 등록 유권자 수의 25%(500만532표)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투표율은 29.5%에 불과했다.
안건은 부결됐지만, 이번 투표 결과 탈원전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대만의 에너지 정책 관련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진행됐던 제4 원전의 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선 재가동 반대가 52.8%에 달했는데, 불과 4년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윌리엄 양 국제위기그룹 동북아시아 수석 분석가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대만의 에너지 공급 능력에 대한 대중의 불안과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정부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 노선과 여론과의 괴리를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대만 정부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에너지 수요를 맞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거세지게 됐다.
대만은 현재 약 96%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에너지 금수 조치나 해상 봉쇄를 가하면 그대로 국가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 역시 대만 국민이 에너지자립 경각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위협 외에도 대만의 전기료 상승과 전력 수요 상승도 고민거리다. TSMC 대만 공장이 해외의 공장 대비 높은 전기료를 부담 중이고 대만의 전력 수요 역시 2030년까지 현재보다 13%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타이베이에서 “원자력발전은 대만에 있어 매우 훌륭한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국민투표에 앞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국민에게 촉구했지만, 투표 결과 후엔 원자력발전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서게 됐다.
그는 “미래에 기술이 더 안전해지고 핵폐기물이 더 적어지면서 사회적 수용도가 높아진다면, 정부는 핵에너지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