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 붕괴 사고의 주원인이 하도급사가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을 임의로 제거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사 과정 곳곳에서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진단이다.
국토교통부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중 청용천교 붕괴 사고와 관련, 이런 내용의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2월 25일 오전 9시50분께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사고는 청용천교 상부 거더(교량 상판)를 설치하는 특수장비인 런처(거더를 운반하는 장치)가 후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거더가 붕괴하면서 작업자 10명이 추락·매몰돼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공사에 쓰인 런처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방 이동에 대해서만 안전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공사(현대엔지니어링·호반산업), 발주청(한국도로공사) 등의 안전관리 부실이 없었는지가 이번 사고의 쟁점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민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한 사조위를 조직해 현장조사, 관계차 청문, 품질시험 등 조사에 나섰다. 사조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을 △스크류잭 임의 제거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해 런처를 후방으로 이동한 점을 지목했다.

스크류잭은 높이 조절과 고중량 물체를 받치기 위해 사용하는, 거더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장비다. 이를 거더 안정화 후 해체해야 했으나, 작업 편의를 위해 하도급사가 임의로 해체했고 런처가 후방 이동하는 과정에서 거더 비틀림이 발생해 붕괴로 이어졌다는 게 사조위 측 설명이다. 시공사는 하도급사의 스크류잭 제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는 “붕괴 시나리오별 구조해석 결과, 런처 후방 이동 등 동일한 조건에서도 스크류잭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거더가 붕괴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크류잭 제거가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부연했다.
또 사고를 일으킨 런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방 이동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 인증을 받았으나,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은 후방 이동 작업 등을 포함해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법 위반 행위임에도 시공사와 발주청은 해당 안전관리계획을 승인했다.
다만 시공사와 발주청이 법 위반 행위임을 인지하고 승인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오홍섭 사조위 위원장은 “후방 작업에 대해 안전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공사가 파악해야 했지만, 여건상 못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안전관리계획을 꼼꼼하게 검토하지 못해 사각지대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시공 과정에서도 전반적으로 현장 관리와 감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서로 다르고, 작업 일지상의 운전자는 작업 중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기도 했다.
사고 후 현장에 남아 있는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교각 기둥과 기초 접합부 손상 등이 발견돼 향후 발주청의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사고 원인은 밝혔지만, 책임 소재는 아직 규명하지 못해 시공사 등에 대한 처분 수위는 발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에 즉시 통보하고, 각 행정청은 소관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처분까지는 앞으로 4~5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행정 처분을 정하는 행정청에서 책임 소재를 판단해 처벌 수위를 정하고, 각 기관 감리사, 시공사, 하도급사 각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중대 사고에다 사망자 수가 많고, 사조위도 진행했기 때문에 주관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선 국토부 직권 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