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령층 30.5%가 외로움 느껴
1인 가구 늘고 개인주의 심화가 원인
아프리카는 공동체 문화가 완충 작용

고령층의 외로움이 글로벌 곳곳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정신건강과 신체 건강, 나아가 조기 사망 위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 고령층의 11.8%가 외로움을 경험하고, 25%는 사회적으로 아예 고립돼 있다.
영국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대륙별로 고령층이 경험하는 외로움이 차이를 보인다. 지난달 3일 게재된 ‘노인의 외로움에 대한 전 세계적 유병률과 관련 요인’ 분석에 따르면 고령층(60세)을 기준으로 북미 노인 가운데 30.5%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아시아(27.9%)→유럽(27.2%)→오세아니아(25.7%)→남미(18.6%) 순으로 외로움 비율이 줄었다. 아프리카 고령층의 경우 15.3%만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북미와 유럽은 선진 복지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외로움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 네이처는 가족 중심 문화가 약화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난 점,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고령층 인구 3명 가운데 1명이 ‘심각한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4월 23일 기사에서 “중년층조차 외로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사회적 연대의 붕괴를 경고한 바 있다.
아시아 역시 27.9%라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처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에서는 특히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전통적인 공동체 의식'이 약화한 것도 고령층의 외로움을 가중시켰다. 동시에 이들의 사회적 고립도 가속화되고 있다.
가족 돌봄의 기능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가족이 고령층을 돌보던 시대를 지나 산업화와 복지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의 돌봄 주최가 국가와 자치단체로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각지대 탓에 고령층 인구의 외로움이 가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노인 빈곤 비율이 높아진 것도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네이처는 분석했다.

대조적으로 아프리카는 15.3%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공동체 중심의 생활 방식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처는 “현시점에서는 낮게 나타났지만, 향후 도시화 속도가 빨라지면 외로움 비율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WHO는 외로움을 흡연ㆍ비만과 맞먹는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한 바 있다. 외로움은 우울증과 치매 위험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과 조기 사망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WHO는 “고령층의 외로움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며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