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K-면세가 어쩌다…‘매장 철수’ 부르는 인천공항 임대료 잔혹사

입력 2025-08-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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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임대료 체계 개편’ 요청⋯공사 '입찰 원칙' 앞세워
논의 평행선에 인천공항 철수 가능성도⋯7년 만에 되풀이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내 면세점의 모습.  (연합뉴스)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내 면세점의 모습. (연합뉴스)

해외여행 시 가장 처음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공항 면세점에서 불 꺼진 면세점과 텅 빈 매대를 마주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국내 면세점들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임대료 조정 이슈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면세점들은 과도한 임대료에 매장 철수를 검토할 정도로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공사 측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2018년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롯데면세점 사례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 이후 소비·유통 환경 변화로 인한 임대료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DF1·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각각 40% 감액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반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인천공항공사는 공개 입찰로 확정된 금액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사의 핵심 논리는 '입찰의 공정성 훼손'이다.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 취지와 공공성, 기업 경영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공사 측은 “과다 투찰에 대한 경영 책임을 회피하고 공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본 사안의 본질”이라고 못박았다. 공사 관계자는 "28일로 예정된 2차 조정기일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도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면세점들은 재입찰 시 불이익 등을 감수하고 공항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두 면세점의 위약금 규모를 25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실 국내 면세점의 인천공항 철수는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당시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이 불거지면서 국내 면세점업이 직격탄을 입었다. 이로 인해 업계 1위였던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의 돌발변수 상황에 따른 임대료 조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1869억 원의 위약금을 물고 중도 철수했다.

이번 갈등 역시 인천공항 측이 국내 면세점들과의 상생을 외면하면서 면세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면세점 철수 이슈로 재입찰할 경우 신규 업체들과의 임대료 조정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감정서를 통해 두 면세점이 철수하고 신규 입찰 시 임대료가 현재 대비 4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면세점의 실적 하락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세계 상위권에 포진했던 K-면세점도 최근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가 발표한 글로벌 면세점 매출 순위를 보면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39억2600만 유로(약 6조3620억원)로 전년 대비 약 2% 줄었다. 한때 1위였던 글로벌 면세점 순위도 4위까지 뒷걸음질쳤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점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어 국내 면세점 업황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중국 정부는 베이징, 상하이 등 6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시내면세점을 광저우, 청두, 선전 등의 도시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인천공항공사가 국내 공항 면세점을 재입찰할 경우 중국 등 외국기업이 가세해 안방을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슈다. 특히 인천공항의 과도한 ‘비항공수익’ 의존도가 면세점을 쥐어짜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공항의 지난해 매출(2조5017억원) 중 비항공수익(1조5310억원·61.2%)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면세점을 통한 수익(6798억원) 비중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공항의 본업인 이착륙료·공항이용료 등 항공수익은 9707억 원에 그쳤다.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매번 반복되는 면세점 임대료 이슈와 관련해 입점업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내 어느 기업이 면세업에 진출해 리테일이나 관광 관련 부가 산업에 뛰어들려고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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