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해법 주목

농작물재해보험 시장이 사실상 NH농협손해보험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손해율 급등과 손해 사정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신규 사업자 진입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구조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지수형 보험’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1일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수형 보험 시장 규모는 2023년 148억 달러(약 20조5661억 원)에서 연평균 11.5% 성장해 2032년 393억 달러(약 54조619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수형 보험은 강수량·기온 등 기상 지표가 일정 기준치를 넘으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피해액을 일일이 산정하는 손해 사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신속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보장기준의 명확성, 지급의 적시성, 상품 설계의 유연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지수형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미국 농업위험관리청의 ‘강수보험’은 작물 생육에 필요한 강수량 부족을 보장하고, 스위스리의 ‘지진 바우처’는 지진 피해자에게 소액 정액급부를 긴급 지원한다. 일본의 ‘선물하는 보험, 지진 지킴이’는 진도 6 이상의 지진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소액단기보험으로 가입부터 지급까지 메신저 플랫폼 ‘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처리된다.
해외에서는 또 재해 발생 시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마이크로보험, 기초 위험이 크지 않은 농작물보험 등 정책성 보험의 재보험, 물리적 손상이 없는 피해를 보장하는 간접기업휴지보험 등에서도 지수형 보험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공공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민간 보험사에서의 상용화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제도적 기반 미비, 데이터 인프라 부족, 공공 기상정보망과의 연계 미흡 등이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고의 우연성, 피보험 이익, 이득 금지 원칙을 충족해 계약 적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기상현상은 과거 데이터로 통계적 예측이 가능하지만 정확한 발생 시점은 알 수 없어 우연성을 갖추며 계약자는 해당 위험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주체로 제한해 투기성 가입을 막아야 한다. 특정 조건(트리거) 설정 시 손실과 보상의 상관성을 높이고 간단한 손실 확인 절차를 두거나 강도·지속기간 등 복수 조건을 결합해 기초위험을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승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해보험은 주로 실손 보상에 치중해 손해사정 속도와 정확성에 따라 보상이 지연되거나 불충분할 수 있다”며 “트리거에 따라 손해사정 없이 즉시 복구 자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해 지수와 손실의 상관성이 통계적으로 검증된다면 기초위험 우려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뚜렷한 상품 차별화가 어려운 보험상품 특성상 환경적 요소를 포함한 새로운 상품 개발은 성장성 제고를 위해 중요하다"며 "기후변화를 고려한 상품의 개발 및 판매를 통해 성장성과 신뢰도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