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10조 원 가까운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조 원 안팎의 재정이 지원되는 사학연금도 조만간 적자로 전환된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 대한민국 사회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각각 7조4712억 원, 2조1084억 원의 국가보전금이 투입됐다. 국가는 공무원과 군인의 고용주로서 공무원·군인연금제도 운영에 적자가 발생하면 부족분을 재정으로 보전한다. 두 제도는 과거 저기여·고급여에 따른 만성적 적자구조로 세금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상황이 더 심각한 쪽은 군인연금이다. 군인연금은 보험료율(14%)이 공무원연금(18%)보다 낮지만, 지급률은 1.9%로 공무원연금(1.7%)보다 높다. 여기에 연금 지급 개시연령이 공무원연금은 65세(2033년까지 단계적 연장)지만, 군인연금은 퇴역 직후다. 덜 내고, 더 많이, 더 오래 받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연금제도 운영에 적자가 발생해 국가가 부족분을 보전하고 있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는 총지출의 절반이 국가보전금이다. 무엇보다 군인연금 적자 규모는 앞으로도 매년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이는 국가보전금 증가로 이어진다.
적자 규모는 공무원연금이 더 크다. 지난해 재정적자만 7조4712억 원이다. 모두 국가보전금으로 조달됐다. 군인연금보다 기여·급여구조가 안정적임에도 적자가 더 큰 건 수급자가 군인연금보다 5배 이상 많아서다. 그나마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으로 기여율 대비 지급률이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군인연금은 이해당사자 반발로 개혁이 무산됐다.
사학연금은 상대적으로 재정 상황이 양호하지만, 지속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과 함께 개혁됐으나, 기금운용수익 등을 제외한 재정수지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도 2022년 1802억 원에서 2023년 5023억 원, 지난해 9950억 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조차 연간 1조 원 안팎인 국가부담금 수입이 포함된 수치다.
총수입을 기준으로 한 재정수지는 적립금 자산 매도·매각에 따른 기금운용수익 증가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추세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2021년 2조1350억 원에서 2022년 1조5792억 원, 2023년 5224억 원, 지난해 449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총수입 기준 재정수지도 2028년 적자로 전환되고, 2042년에는 적립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한편, 과거 공무원·군인연금의 저기여·고급여는 당시 저임금의 보상적 측면이 강하다. 1990년대 초까지 9급 공무원의 초봉은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90만~1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재정 부족을 이유로 국가가 공무원·군인에게 턱없이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 그 대가로 노후소득을 보장했던 것이다. 재정을 투입해 과거 가입자인 현재 수급자들의 급여액을 보장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현재 가입자는 상황이 다르다. 연도별 변동성은 있지만, 공무원·군인 임금수준은 민간기업의 90% 안팎까지 올라왔다. 이 때문에, 민간기업의 5~30%에 불과한 퇴직급여를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특수직역연금의 구조를 국민연금과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단, 공적연금의 구조를 통일하려면 기준연금으로서 국민연금 추가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3월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단계적으로 13%까지 오르지만, 이조차 소득대체율 43% 적용을 위한 필요 보험료율(수지균형 보험료율, 21.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으로 지출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