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첫 대규모 발병…“기후변화가 원인”
시민, 코로나19 시대 통제 악몽 떠올리기도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광둥성에서만 약 8000명의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이번 발병은 900만 명 인구의 제조업 허브인 포산을 중심으로 발생했지만, 홍콩과 마카오 등 먼 지역에서도 확진 사례가 발견됐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광둥성 인근 후난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치쿤구니야는 모기 매개 바이러스로 치명적으로 병이 악화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발열과 발진, 심한 관절통과 근육통, 메스꺼움 등을 유발하며 일부 환자는 장기적으로 증상을 호소한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노인과 영유아 등이 특히 취약하다.
1952년 탄자니아에서 처음 발견돼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110개국 이상에서 이 바이러스 감염이 보고됐지만, 중국에서 대규모로 발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올해는 전 세계에서 약 24만 명이 감염돼 90명가량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남미 지역에서 발생했다.
치쿤구니야에 직접 작용하는 특정 항바이러스제는 없고 휴식과 수분 섭취, 진통제 등이 치료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두 종의 백신이 승인됐지만, 널리 쓰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여행자나 실험실 종사자에게만 접종이 권고된다.
중국 당국은 드론과 모기를 잡아먹는 벌레와 어류까지 총동원해 방역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에 등록된 최초의 감염자 중 한 명은 FT에 “이 바이러스가 생기기 전에는 매일 모기에 물리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며 “이제는 모기가 한 마리도 없다”고 언급했다.
광둥성 관리들은 정기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은 물론 곤충이 번식하기 좋은 물이 고인 곳을 확인하기 위해 주민 집에까지 들어가고 있다. 드론을 사용해 모기 번식지를 추적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잉어와 곤충 등을 풀고 있다.
홍콩의 전염병 전문가인 조지프 창은 “기후변화로 태풍과 폭우가 더 자주 일어나면서 치쿤구니야와 뎅기열 등 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노력은 당연한 결과다. 중앙정부는 올해 이런 문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은 코로나19 당시의 전염병 감염 억제를 위한 혹독한 통제라는 달갑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포산시 당국은 약국에 발진과 관절통, 발열 등 치쿤구니야 증상 치료제를 구매하는 고객 이름을 기록하라고 지시했다.
포산과 붙어 있는 이웃 푸젠성의 두 도시는 포산에서 온 방문객을 대상으로 14일간 자체 모니터링을 하라는 통지문을 발표했지만, 이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광둥성 항구도시 잔장에 거주하는 한 미혼모는 이번 주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제복을 입은 경찰관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한밤중 아이들의 침실에 들어가 어머니의 동의 없이 아들과 딸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이 여성은 야간 근무 중이어서 집에 없었다.
이 영상은 웨이보에서 약 90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많은 사용자가 당국의 행동에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들이 열이 있는 증상을 보인 후 지역 약국이 가족을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