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줄어든 대신 당 위원회 책임 강화
규정 통한 권력 유지로 전환
측근 숙청·반부패 조사는 진행형

최근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의 리더십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전보다 약해진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실각했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단편적으로 그가 주최한 회의 횟수가 숨어있다. 임기 첫 5년간 38차례 열렸던 회의는 2022년부터는 단 6차례만 열었다. 지난해 8월 이후로는 회의 내용조차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고 있다. 공식 성명에 담긴 내용 역시 이 기간 짧아졌다.
그러나 관료제 장악을 위해 당 위원회 운영을 강화하던 방식을 축소하고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덜 드러내는 것은 시 주석이 충성파들에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겉으로는 권력 이양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규정에 기반을 둔 장기 통치 전략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실제로 정치국은 6월 회의에서 처음으로 당 위원회 책임을 명확히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회의 발표 자료에는 “당 위원회는 과도한 권한 남용 없이 조율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홀리 스네이프 글래스고대 정치·국제학 교수는 “새로운 규정은 규칙을 통해 통치하려는 시 주석 노력의 일환”이라며 “시 주석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그의 의제가 우선시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6월 30일 간부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회의에서 “자기 혁명의 끈을 더 조여야 한다”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알아서 잘 하라는 것이다.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발행하는 디인터프리터 역시 중국에서의 쿠데타나 시 주석의 실각설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임기 동안 온갖 혼란을 겪었지만, 중국 공산당은 대체로 시 주석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제 정책이나 미·중 관계 운영 방식에서 일부 비판을 받았어도 시 주석을 해임한다고 해서 미국 관세가 사라지거나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향상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디인터프리터의 설명이다. 오히려 시 주석은 최근 무역 갈등을 놓고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낸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오랜 측근이자 중국군 이인자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쿠데타를 일으켜 시 주석을 몰아낼 것이라는 일부 주장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디인터프리터는 “사실이라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겠지만, 그러한 주장은 정확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해외 반체제 언론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들은 결정적으로 장 부주석이 시 주석을 공격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