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단기 리레이팅 트리거 어려워”

한미 무역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31일 코스피 지수는 7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03포인트(0.28%) 내린 3245.4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0.65%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장 초반 3288.2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새로 썼지만, 장중 3227선(-0.83%)까지 밀리며 변동성을 키웠다.
이번 협상 타결로 관세 불확실성은 완화했지만, 업종별로 희비가 갈리며 지수가 하락 압력을 받았다. 조선주의 경우 한화오션(13.43%)을 비롯해 HD현대중공업(4.14%), HD한국조선해양(1.27%) 등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1500억 달러 규모 한미 조선 협력 펀드가 조성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강세를 띤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협상 결과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은 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1500억 달러의 운용 방식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향후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미국 전력상선대는 2030년까지 외국 건조 선박이 참여할 수 있어 한국 조선소 일감 증가로 연결될 수도 있다”며 “한국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자금 대출과 보증을 한국 정책 금융이 지원하는 구조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주의 경우, 현대차(-4.48%)와 기아(-7.34%) 등 대형주가 약세를 보였다. 한국이 자동차 관세 12.5%를 목표로 협상에 나섰지만, 15%로 결론이 나며 시장이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같은 대미 완성차 수출 주요국과 동등한 경쟁 관계를 확보했지만, 이후 추가 지원이나 긍정적 리레이팅 트리거가 단기적으로 발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이미 조지아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미국 현지 생산 물량은 일반적으로 높은 고정비로 수출 물량보다 낮은 수익성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주체는 기관 투자자였다. 이날 기관은 705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삼성전자(-1550억 원), 현대차(-1520억 원), 기아(-720억 원) 등 대형주를 적극적으로 팔았다. 외국인은 3440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마찬가지로 현대차(-1121억 원), 삼성전자(-740억 원), 기아(-418억 원) 등은 던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협상이 비교적 잘 마무리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 무역흑자 규모 기준 일본은 8.1배 규모 대미 투자를, 한국과 유럽연합(EU)는 각각 6.8배, 5.9배 규모 대미 투자와 미국산 물품 구매를 약속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EU와 동일한 15% 관세 적용은 한국 수출에 불리했던 요인이 제거되는 것”이라며 “자동차 관세 인하와 향후 반도체, 의약품 등 전략 품목에서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게 대우받기로 약속받은 것이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한국 정부 재정부 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관세가 미국 등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을 제외한 2000억 달러 펀드의 경우 실제 출자액은 24조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한국 예산이 약 670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예산 1% 수준으로, 세수 감소 속 국방비 지추롣 늘려가야 하는 만큼 재정 부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제조업에서 뒤처진 미국은 일본, 유럽, 한국 제조업 기술과 노하우를 가져가는 동시에 동맹국 기업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시켜 경제적 연결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8월부터는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야 하는데 미국에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미국 외 지역은 경기 둔화 압력으로 각각 작용할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