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이 3500억 달러(약 488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도 합의한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거란 분석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는 미국 내 사업 확대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선 원자재 조달 비용 측면에서 업계가 입을 직접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설산업의 원가 구조상 해외 수입 의존도가 낮아 관세 인상에 따른 직격탄은 제조업 등에 비해 덜할 거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산업별 수입 의존도는 전체 10.7%로 이중 건설업은 3.4%로 집계되며, 2020년 기준 철근 및 봉강의 수입액은 9000억 원 수준으로 수입 의존도는 15%에 불과하다. 그 외 석제품은 5500억 원(수입 의존도 31%), 합판 5300억 원(39.6%) 수준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시장은 내수 위주다. 해외 사업을 하는 건설사는 많지 않고, 특히 미국 시장에 진출한 업체는 더욱 적은 상황”이라며 “건설자재 등 수출·수입도 미국-한국 간 관세기 때문에 크리티컬한 사안이 아니고, 철강·시멘트 같은 주요 자재도 주로 국내산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미국 시장에서의 건설 프로젝트 환경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310억1335만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를 국가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체코가 187억 달러 규모로 가장 많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약 27억 달러, 미국이 약 25억 달러 등 순이었다.
이번 협상 결과 탄생한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가 미국 내 각종 프로젝트로 현실화된다면 국내 건설사에 새로운 일감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번 딜의 핵심인 조선·에너지·첨단 제조 분야 투자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플랜트 공사 및 인프라 건설 수요를 동반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령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 조선소를 짓는다 하면 한국 건설사들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거라고 본다”며 “넓게 보면 이번 상호관세와 투자로 미국 내 경제 상황이 좋아진다면 미국 내 공장, 건물 등을 지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 건설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업계도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관세 보복 조치가 강화되면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원화는 상대적 약세를 보이게 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구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환율 상승 시 비용 상승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은 타 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인한 2차 영향이 커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타산업 비용 증가로 인한 2차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0.52%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건설산업 관련 수입품에 대한 비용 상승 압력은 낮을 수 있지만, 환율 상승 기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비용 압력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해 환헤지를 위한 금융 상품 가입 등을 고려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