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양국 간 무역협상이 타결됐다고 31일 밝혔다. 추후 발표될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에도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입을 타격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미국이 8월 1일부터 부과 예정이던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낮춰졌다”며 “추후 부과가 예고된 의약품과 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 대해선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 명확히 명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장관은 한국 정부와의 협상 타결 직후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있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수입 의약품에 최대 20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고조됐던 우려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유럽연합(EU)과의 관세 협상 직후 의약품에 대해 15%의 품목 관세를 적용을 결정한 바 있어 한국 의약품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관세 부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의약품에 부과될 최종 관세율과 품목별 분류 결과를 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간 무관세였던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단가 상승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관세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공장 인수와 공장 신설 등을 모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놓은 상태며,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검토 중이다. 현지 제조 기반을 강화해 공급망 안정성과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도 최근 미국 내 대형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의 공장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단기적으로는 2년 치 재고를 확보한 상태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바이오의약품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관세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의약품은 어떤 품목에 얼마의 관세가 매겨질지는 2주 뒤에 구체적인 윤곽이 나와 그때 기업의 유불리를 따질 수 있고 대응 전략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U의 사례만 보더라도 전체 의약품에는 15% 관세가 적용됐지만, 일부 제네릭 의약품은 무관세 품목으로 분류됐다”며 “국내 기업들도 자사 품목이 관세 대상에 포함될지, 예외로 분류될지를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다. 미국이 국가별로 맺은 상호관세 협상이 의약품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