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사고도 원청 책임?”…규제 앞선 정부, 현실은 외면 [산업안전, 규제만으로 충분한가②]

입력 2025-07-30 17:3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중처법 등 규제 강화 실효성 ‘의문’

상위 20개 건설사 사망자수는 제자리
비용 투자 제약 있는데···“규제 강화 가혹”
“시공자 포함 다양한 주체에 책임 부여해야”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현장의 원·하청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처벌만 강화하는 건 단편적 접근이죠. 지나친 처벌 중심 안전 강화 정책은 산업계 부담만 키울 겁니다.

30일 고용노동부 ‘2024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지난해 산업 현장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827명으로 전년보다 1.8%(15명) 증가했다. 이 중 건설업에서 328명의 사망자가 나와 전체 업종 중 39.7%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건설업은 국내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는데 기여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망 사고를 낸 주범이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해 건설업을 포함해 현장의 산업재해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2020년 1월 16일부터는 전면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 기준을 한층 더 강화했다. 2022년 1월에는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진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의 규제 강화가 사망자 수 감소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고용부 자료에서 최근 3년간 건설업계 사망자 수가 줄긴 했지만, 이는 불황으로 일감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기 때문이다. 상위 20위 건설사의 지난해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기도 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35명으로, 2023년(28명)보다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2년 33명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규제를 조였음에도 안전사고가 지속하자 기업들은 현장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만 놓고 보더라도,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작업 환경 특성상 규제만으로 모든 사고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계속해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안전 비용으로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만 강화하는 건 민간기업에는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외에 인명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중공업 등 업계에서도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산업 전반의 다단계식 하도급 구조와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모든 작업을 통제하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한 관계자는 “안전 관리 감독을 상당 수준 선진적으로 실행하고 있음에도 현장 적용·실천에는 한계가 많다”며 “원청이 하청의 모든 과실 책임까지 지게 되면 현실적으로 리스크 부담이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만 바라보지 말고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다양한 주체에게 부여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련한 해외 사례로는 영국 모델이 언급된다. 영국은 1994년부터 CDM(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 Regulations) 제도를 도입해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등 각 건설사업 주체에 안전관리 역할을 부여했다. 시공 이전 단계부터 사업의 주요 참여자들에게 안전보건 관리의 역할과 책임을 분담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발주자는 무리하게 공사 일정을 제시할 수 없고 설계자는 설계 단계에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밖에 사후 책임을 강화하기보다 인센티브 도입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안전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U 다수국에서는 산업재해 발생률이 낮은 기업에게 산업안전 관련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안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설비를 개선하고 문화를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다. 또한 미국에서 국가안전위원회(NSC) 환경·보건·안전(EHS) 시스템을 경영과 통합해 우수 성과를 낸 기업에 대해 보너스나 포상을 지급하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단지 규제만이 아닌 안전투자 확대, ESG 평가에서의 우대, 보험료·세제 혜택 등과 결합된 인센티브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건설업이나 조선, 철강처럼 수익성과 구조적 취약성이 높은 산업일수록, 처벌과 유인책을 균형 있게 설계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347,000
    • -1.75%
    • 이더리움
    • 4,685,000
    • -1.39%
    • 비트코인 캐시
    • 847,500
    • -1.8%
    • 리플
    • 3,084
    • -4.25%
    • 솔라나
    • 205,300
    • -3.84%
    • 에이다
    • 645
    • -3.01%
    • 트론
    • 425
    • +1.92%
    • 스텔라루멘
    • 374
    • -1.06%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700
    • -1.51%
    • 체인링크
    • 21,040
    • -2.77%
    • 샌드박스
    • 218
    • -4.3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