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20년 전만 해도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0%대에 머물렀다. 지금은 치료 방법의 발전과 조기 검진의 확산에 힘입어 40%대까지 개선됐지만, 여전히 사망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본지와 만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암병원 폐암협진센터의 이승룡(호흡기·알레르기내과)·김현구(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의 높은 사망률에 대해 “폐는 심장, 간, 신장 등과 함께 생명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장의 경우 일부 기능을 상실하면 인공신장기를 활용할 수 있고, 간은 절제 후 재상이 가능하며, 심장은 특성상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폐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또한 환자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을 앓고 있어 폐 기능이 좋지 않거나 종양이 큰 혈관 옆에 위치해 수술 시 위험 부담이 큰 경우가 많고, 수술해도 다른 장기보다 합병증이 많이 발생한다.
물론 발견 시점도 영향을 미친다. 폐암은 특별한 초기자각 증상이 없어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 이미 진행된 3·4기 병기에서 진단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 교수는 “흡연력이 있는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조기 진단이 활성화되면서 발견 시기가 빨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환자들이 많은 만큼 치료 시점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극히 초기 단계에 폐암을 발견해 수술하는 경우 5년 생존율이 99%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폐암은 다른 암종보다 재발이나 전이의 위험이 크고, 재발 후 치료 효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예후가 나쁜 암으로 꼽힌다. 이런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는 수술이 가능한 폐암(조기 폐암) 환자의 재발·전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치료가 글로벌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교수는 “다학제 협진을 통해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항암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거나,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선별한다”라면서 “대체로 암의 크기가 크거나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은 등 질병 부담이 높은 경우”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2기 후반에서 3기 병기의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통적인 항암화학요법과 필요에 따라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병변이 딱딱해져 절제면을 매끄럽게 분리하기 어렵다. 수술이 까다로운 만큼 가슴을 여는 개흉술이 필요하거나 출혈도 동반될 수 있다. 목표 부위를 완전히 절제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김 교수는 “수술 전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개흉 없이 흉강경을 통한 단일공 수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대목은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전부 사라진 사례(병리학적 완전관해)가 많다는 점이다”라면서 “20년 동안 폐암 수술을 집도해 왔지만 이렇게 극적인 치료 사례는 드물었다. 지금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10명을 수술하면 4명의 환자에게 이런 결과를 보이는 셈이니 대단히 놀라운 변화”라고 강조했다.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항암치료가 임상 현장에 허가된 것은 2023년 12월이다. 치료 지견이 바뀐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술 전 항암치료와 수술을 통해 병리학적 완전관해에 도달한 환자에게도 수술 후 항암치료가 필요한지는 아직 여러 의견이 오가지만, 암이 잔존한 환자들에게는 수술 후 항암치료까지 완수하는 것이 질병 재발 위험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데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해 임상 현장에서는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실시하고, 수술 후의 검체 결과와 환자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수술 후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성과들이 현실화된 지금, 치료 비용의 부담으로 선택을 망설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면역항암제와 병용하는 항암화학요법에만 부분 급여가 적용돼 통상 4200만 원 상당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교수는 “조기 폐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항암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선택하는 치료인 만큼, 보험 급여가 확대 적용될 필요성이 있다”라면서 “여러 방법을 모색하다 보면 환자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 가족, 친지, 병원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