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7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전세보다 매매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강남권은 전세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며 이른바 ‘매매 주도 시장’의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대출 규제의 효과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작용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은 매매 중심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9일 KB부동산 월간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올해 1월 54.06%에서 7월 52.59%로 떨어지며 7개월 연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뜻하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전세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매매가 상승세로 분석된다.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572만 원으로, 전달 대비 1.28% 상승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13억 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14억 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는 상반기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기대감, 공급 부족 인식, 대기 수요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전세가는 같은 기간 6억3342만 원에서 6억4944만 원으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금리 부담, 전세대출 보증 축소, 입주물량 누적 등의 영향으로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전세 수요가 기대만큼 강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의 상승세보다 매매 상승세가 더 높아 전세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 들어 매매 수요 심리가 회복되면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상승 흐름이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가율 하락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6월 말 발표된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이후 일시적으로 상승세가 둔화되는 듯한 흐름이 관측되긴 했지만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여전히 시장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세 수요가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매매 심리가 꺾이지 않으면서 전세가율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대출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는 등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 대출 심사 강화 등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들이 포함됐다.
박원갑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다”며 “6·27 대출 규제가 상승 흐름을 완전히 꺾기에는 한계가 있고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남아 있어 매매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