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기업 57% “한국 노사관계 대립적”
64%는 노동시장 ‘경직적’ 평가
“과도한 노동 규제 등 제도 개선 시급”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과반 이상이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등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 주한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439개 사(응답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노동시장 인식조사’에 따르면 외투기업의 57%는 한국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생각했다. 노사관계가 협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7%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들은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 미국(122.0)과 독일 (120.8), 일본(115.0)이 모두 한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중국은 83.8로 한국보다 낮게 평가됐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64%가 ‘경직적’이라고 답했다. ‘유연하다’는 응답은 2%에 불과해 우리나라 노동규제 수준이 엄격하다고 평가하는 인식이 많았다.
응답 기업들은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미국(87.4) △독일(90.8) △일본(95.2) △중국(111.2)으로 응답해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이 중국을 제외한 3개국에 비해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외투기업 10곳 중 8곳(81%)은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 시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규제를 비롯한 노동시장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외투기업의 13%는 근로시간 규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산업안전 분야에서 강화된 규제로 한국 내 사업 철수 또는 축소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경협은 “올해 외투기업의 폐업률은 3.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13%의 외투기업이 사업 철수 또는 축소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적지 않은 수준”이라며 “실제 철수 또는 투자 축소에 앞서 나타나는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도한 노동 규제는 외국인 투자 유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투자환경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외투기업은 한국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중 개선이 시급한 사항으로 ‘상급 노조와 연계한 정치파업(35.0%)’을 지적했다. 이어 ‘사업장 점거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파업행태(26.0%)’와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18.0%)’ 등도 꼽았다.
한편, 외투기업이 한국 노사문제와 관련해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부분은 ‘해고ㆍ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34.0%)’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주 52시간제 등 경직적인 근로시간제도(22.0%)’와 ‘최저임금ㆍ연공급 등 경직적인 임금체계(12.0%)’ 등을 지목했다.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노사가 개선해 나가야 할 사항으로는 ‘노사 간 공동체 의식 확립(35.0%)’과 ‘노조의 투쟁 만능주의 인식 개선(22.0%)’, ‘노조의 이념ㆍ정치투쟁 지양(17.0%)’ 등이 지목됐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노동 분야 개선과제로는 ‘근로시간ㆍ해고 등 규제 완화를 통한 노동유연성 제고(28.0%)’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이어 ‘노조의 부당ㆍ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22.0%)’과 ‘파견ㆍ기간제 규제 완화 등 다양한 고용형태 활성화(17.0%)’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대립적인 노사관계와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는 외투기업의 인력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은 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