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인프라ㆍ고급 데이터ㆍ이재 부족 한계"
실무형 리더 배 장관, 신사업 설계 구심점 기대
“널려 있는 데이터를 가져다 써봐야 좋은 성능을 내기 어렵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게 바로 데이터 확보였습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에서 꺼낸 이 한마디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현실적 고백이었다. “기본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실증에 활용되고 모델 성능을 좌우할 핵심 데이터셋은 확보 자체가 너무 어려웠고,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었다”는 배 장관의 고백에 현장 연구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AI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정부에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을 반복해서 호소해 왔다. AI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고품질 공공 데이터를 적극 개방하고 있지만,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해석의 경직성 등 규제 한계로 인해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 활용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배 장관은 취임 첫날부터 “AI 학습에 필요한 고급 민간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데이터 구매와 확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배 장관은 이날 진행한 토론에서 데이터와 인재 확보, 환각 현상 및 신뢰도 문제, AI 중심 투자로 인한 기초과학 소외 등 산·학 전문가들의 고충과 제언을 경청했다. 배 장관은 필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메모하고 참석자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피드백을 전하며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였다.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실무형 리더십의 면모였다. 이는 연구자 출신 장관이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지금은 ‘커밍 웨이브(coming wave)’, 거대한 AI 혁신의 물결을 마주한 전환의 순간이다. 이 파도를 어떻게 읽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 경쟁력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릴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뒤를 잇는 ‘AI 3강’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기술 주도권에서 밀려나 ‘AI 변방국’으로 전락할지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한국의 AI 생태계는 인프라·데이터·인재 모든 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의 방향을 바로 세우고 현장 감각을 살려 실행을 책임질 실무형 리더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배 장관에게 거는 기대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배 장관의 성격유형검사(MBTI)는 흔히 ‘타고난 리더’라고 불리는 ‘ENTJ’다. ENTJ는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을 바탕으로 남들이 포기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목표를 추진하는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목표 지향적인 성격이라 스스로도 피곤할 때가 있지만 목표가 계획대로 이뤄지는 걸 좋아한다고 털어놓은 배 장관의 말처럼 계획을 세우고 이를 끝까지 실행으로 끌고 가는 집요함이 ‘AI 3대 강국’이라는 쉽지 않은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는 데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 장관이 보여준 실무형 리더십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부터 인재, 인프라까지 산업의 기반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