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M15X 4분기 오픈⋯내년 차세대 HBM 생산"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섭렵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HBM 출하량을 전년 대비 약 2배로 늘리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 내년 HBM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SK하이닉스는 탄탄한 시장 리더십을 바탕으로 유리한 협상력을 끌어내겠다고 자신했다.
SK하이닉스는 24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시장에 관해 “수요 둔화 우려가 있지만, 시장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사업 운영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빅테크 기업들의 HBM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적기 공급을 위해 투자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은 빠르게 성장하는 AI 시장에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관련 수요의 성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올해 투자의 대부분은 HBM 장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HBM 공급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해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투자 규모는 주요 고객과 협의가 완료되는 시점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특히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8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와 HBM 공급을 늘리며 실적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출하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HBM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 주력 제품인 HBM3E(5세대) 12단 올해 물량은 이미 품절된 상태다. 엔비디아 외에도 브로드컴, 아마존, 구글 등과도 협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기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청주 M15X, 용인 1기 팹(공장),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지 팹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M15X는 4분기 오픈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차세대 HBM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년도 HBM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전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HBM 경쟁 심화와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시장은) 이제 선두 사업자가 일정한 협상력을 가진 시장으로 변모했다”며 “리딩 사업자가 고객들과 ‘얼리 인게이지’(초기 관여)된 이점 역시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HBM 시장 선두인 만큼 경쟁사 대비 고객사와의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자신한 셈이다.
하반기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HBM4(6세대) 준비에도 박차를 가한다. SK하이닉스는 앞서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을 공급했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원가 상승 등 고려한 가격 정책을 최대한 반영해 고객사들과 공급을 논의 중이다.
한편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의 영향을 받는 중국 공장 운영은 기존처럼 유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레거시(범용) D램 수급 상황을 보면 중국 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고객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규제 범위에서 대응하면서 중국 팹을 기존대로 운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