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세로 속 끓이던 철강업계 ‘호재’
장애물 여전…美관세·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한국 철강업이 중국 감산 정책으로 인한 수혜를 기대하지만, 여전히 난관이 많다. 하반기 반등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9월 ‘공급 개혁 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전기차, 배터리, 철강 등 경쟁이 심해진 산업의 감산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노후화한 공장을 폐쇄하고 지방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1~5월 누적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줄었다. 2005년 3억 4900만t(톤)에서 지난해 10억 510만t까지 조강 생산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던 중국으로써는 이례적인 공급 축소다.
중국이 철강 감산에 들어갈 경우, 그동안 중국산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철강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물은 많다.
미국이 매기는 고관세가 대표적이다. 23일 미국과 일본은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일본 제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관세는 기존 총 27.5%에서 15%(이상 기존 자동차 관세 2.5% 포함)로 하향하는 성과도 있었다. 대신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그간 요청해 온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인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50%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관세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은 한국 철강·알루미늄에 현재 50%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통상 전문가도 한국이 철강 등 대미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은 22일(현지시간)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어떻게든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망할 것”이라며 대미 투자 확대 카드도 협상에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관세가 유지되면 한국 철강은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다. 철강 업계는 대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통상회담’은 미국 측 요청으로 연기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상무, 에너지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대미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철근 수요와 직결되는 건설 경기 침체는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4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건설투자는 290조2000억 원(잠정치)으로, 2020년(313조 원) 이후 4년 연속으로 내림세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장기간 침체다.
정부 지원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화학 업계 사업 재편 방안 마련 작업에 지난해 11월 착수, 다음달 중 후속 지원책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민관 합동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반(TF) 결론은 빨라야 10월, 늦으면 연말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TF 관계자는 “대선과 장관 인선 등으로 실무 작업이 한동안 지연된 것이 사실”이라며 “일단 한미 협상 결과가 나와야 TF도 지원책을 고민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반등할 거라는 희망찬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사실 근거를 생각해보면 중국 감산 외에는 밀어 올릴 요인이 특별히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부 지원책도 좋지만, 당장의 대미 관세 좀 더 관심이 쏠려 있다. 일본도 철강 관세를 못 낮췄다고 해서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