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백신기업 CSL 시퀴러스코리아가 세포배양 방식으로 개발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국내에 출시한다. 세포배양 독감 백신은 연구 결과 기존의 계란으로 만든 독감 백신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지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CSLR 시퀴러스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세포배양 백신은 계란 적응 변이(egg adaptation)를 피할 수 있어 더 강력한 방어면역과 백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정란 백신보다 일관되게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다양한 근거가 있다”라고 밝혔다.
계란 적응 변이란 계란에서 배양된 바이러스가 실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다른 형태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한 항원성 불일치로 백신 효과가 떨어져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노 교수는 “전통적인 유정란 백신의 경우 조류와 포유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 차이가 있어 바이러스 증식 과정에서 선택된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라면서 “연구에 따르면 유정란 백신은 세포배양 백신보다 4~64세 연령층에서 낮은 백신 효과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포배양 백신은 세포은행을 통해 백신 제조 공정을 더 빠르게 시작하고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유정란 백신은 연간 8000만 개의 유정란이 백신 생산에 쓰이지만 계란에 포함된 액체의 5% 미만만 활용된다”라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세포배양 백신이 유리하단 점을 강조했다.
CSL 시퀴러스코리아의 ‘플루셀박스’는 세계 최초의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미국에서 생후 6개월~64세의 총 10만6779명을 대상으로 한 실사용 근거를 분석한 결과 2023/24 절기에 표준 유정란 배양 백신 대비 19.8% 높은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영국 의약품·보건의료제품규제청(MHRA), 호주 연방의료제품청(TGA) 등 주요국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해 올해(2025/26 절기)부터 삼진제약과 손잡고 판매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령층 대상 면역증강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아드’의 경제성 평가 결과도 공개됐다. 한국과 대만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임상적 및 경제적 영향을 평가한 최신 데이터다.
최민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플루아드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더 강력하고 장기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기존 백신의 항체가 평균 6개월 이내 감소하는 데 반해, 접종 1년째에도 항체가 더 높게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다음 접종까지의 공백기를 줄일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플루아드는 기존 표준 용량 4개 백신 대비 △인플루엔자 발생을 10만6654건 △증상 발현 사례 7만1352건 △입원 5443건 △사망 1275건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성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보였다.
최 교수는 “플루아드는 1QALY(삶의 질 보정 생존 연수)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약 2200달러로, 국내 1인당 GDP 기준을 고려할 때 비용 효과적”이라며 “고령층 예방접종 전략을 면역증강 백신으로 전환하면 질병 부담이 감소해 경제적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는 65세 이상 성인의 낮은 백신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접종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다만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NIP)에는 해당하지 않아 접종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