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지쳤는데…열대야로 잠까지 못 잔다면? [e건강~쏙]

입력 2025-07-23 08:5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피로감에 기능장애까지…노년·유소아·갱년기 여성 더욱 취약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투데이 건강~쏙(e건강~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건강정보를 소개합니다.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절기상 연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를 지나면서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기승이다. 열대야는 전날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으로 여름철 수면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꼽힌다. 수면 부족은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악화할 수 있어 열대야 기간 수면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3일 의학계에 따르면 사람의 체온은 하루를 주기로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체온이 오르기 시작해 저녁에 최고에 달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점차 떨어진다. 신체의 자연적인 수면-각성 주기, 즉 생체 리듬은 수면을 시작하기 위해 체온이 내려가면서 잠이 들어야 하는데, 열대야가 발생하면 체온이 떨어지기가 어렵다. 이럴 경우 쉽게 잠들기 어렵고, 잠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지는 불면증이 발생한다.

열대야가 불면증을 유발하는 기전의 핵심은 열 조절 장애(Impaired Thermoregulation)다. 열대야가 나타나 기온이 높게 유지되면 신체가 열을 발산하기 어려워 체온이 상승한다. 이처럼 열 조절이 방해를 받으면 신체가 잠드는 능력도 영향을 받게 되면서 잦은 각성이 나타난다.

멜라토닌 억제 역시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신체가 어둠과 온도 저하를 감지할 때 생성된다. 주변 온도가 높으면 멜라토닌 생산이 억제돼 수면 과정이 방해를 받게 된다. 아울러 열대야가 수면 지속 시간을 단축하고 수면 시작을 지연시킨다는 연구들도 다수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낮 동안의 졸림, 인지 기능 저하, 전반적인 컨디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단기간 수면 부족은 낮시간의 기능 저하(Compromised daytime function)를 유발한다. 피로감과 불쾌감을 느껴 예민하거나 과잉행동, 충동성 또는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 사회적·직업적·교육적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력이 없고 의욕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학업이나 직장 생활 속에서는 실수나 오류가 잦아진다.

장기간 수면 부족 상태가 지속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단기간 수면 부족 시 나타나는 증상에 더해, 심혈관질환과 정신건강 위해(자살 사고 및 행동 등) 위험이 커진다. 8개 코호트 연구의 메타 분석 결과, 불면증 병력이 있는 사람에서 암 발생 위험이 24% 증가했다는 연구도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불면증 증상이 폐암의 상대적 확률을 11% 증가시켰으며, 불면증과 신경퇴행성질환, 알츠하이머병, 섬망 등의 관련성을 확인한 연구도 보고됐다.

열대야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수면장애가 특히 위험한 연령대와 질환군을 숙지하고 이들의 건강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노년층은 체온 조절 기능 저하와 수면 구조 변화로 열대야에 취약하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증상 악화 가능성 증가하며, 야간 빈번한 각성으로 인해 수면의 질 저하가 두드러진다.

6세부터 12세까지의 유소아 역시 불면증으로 인한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로 발달 지연 가능성이 있다. 면역력 저하로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지며 학습력과 기억력도 감소될 수 있다. 수면 주기 리듬이 덜 발달해 환경 변화 적응력 부족해 질 위험도 있다.

만성 수면장애 환자 중에서도 불면증 경력자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면 패턴을 보인다. 또한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과 질환이 있는 사람은 열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등 호흡기질환자는 열대야 기간 습도가 증가해 호흡곤란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심혈관 질환자는 열대야 기간 교감신경 항진으로 혈압 변동성 증가한다. 수면 중 혈류량 변화로 심부전이나 부정맥 발생 위험도 상승한다. 아울러 갱년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인해 체온 조절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수면 각성 주기가 불안정해지며, 야간 발한 증상이 열대야와 중첩돼 수면 박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를 하루 앞둔 21일 저녁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카페 옥상에서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절기상 가장 덥다는 대서를 하루 앞둔 21일 저녁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카페 옥상에서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생활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낮잠은 지양하거나 가능한 한 짧게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식사와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각성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취침시간을 일정하게 하기보다는,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덥고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면 저녁에 배가 고파 취침을 방해할 수 있다. 되도록 저녁 식사를 거르지 않고 하되, 소화에 부담이 되지 않는 가벼운 식단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늦은 밤에 배가 고파 잠이 안 온다면, 뇌를 진정시켜 주는 세로토닌이 들어 있는 우유를 한잔 정도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뇌의 활동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취침 전에 자극적인 TV 프로그램, 스마트폰을 본다면 뇌는 더욱 활발히 활동하게 된다. 또한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도 주의해 섭취해야 한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14시간까지 지속하기 때문에 취침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알코올은 수면 유도 효과가 있으나,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산물은 수면유지에 문제를 일으켜 이른 새벽 각성을 유발한다. 니코틴 역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도파민의 활성을 증가시켜 각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흡연도 피하는 것이 좋다.

수면 환경 개선도 불면증 예방을 위한 필수 요소다.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고, 편안한 침구를 사용해 자신에게 잘 맞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잠들기 전에 나만의 일정한 행동 패턴을 형성하는 것도 수면을 도와주는 좋은 습관이 된다. 양치질, 가벼운 스트레칭,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등으로 루틴을 만들 수 있다. 잠들기 전 명상이나 독서 등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에어컨을 이용해 실내 온도는 섭씨 25~28도, 습도는 50~6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다만 바람이 조금이라도 분다면,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흐르게 하는 것이 더 좋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활습관 개선 노력으로도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수면 보조제를 고려하기도 한다”라며 “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유도 호르몬으로, 생체리듬 조절하는 효과가 있어 환경 변화에 의한 일시적 불면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면 보조제는 입면과 수면유지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지속적인 불면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위험인자에 대한 진단과 대처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11월 괴담 아닌 12월 괴담 [이슈크래커]
  • '소년범 논란' 조진웅이 쏘아 올린 공…"과거 언제까지" vs "피해자 우선"
  • 박나래, 결국 활동 중단⋯'나혼산'서도 못 본다
  • LCC 3사, 진에어 중심 통합…내년 1분기 출범 목표
  • 기술력으로 中 넘는다…벤츠 손잡고 유럽 공략하는 LG엔솔
  • "6천원으로 한 끼 해결"…국밥·백반 제친 '가성비 점심'
  • 엑시노스 2600 새 벤치마크 성능 상승… 갤럭시 S26 기대감 커져
  • 오늘의 상승종목

  • 12.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394,000
    • -1.28%
    • 이더리움
    • 4,655,000
    • -0.34%
    • 비트코인 캐시
    • 862,500
    • -2.93%
    • 리플
    • 3,093
    • -0.32%
    • 솔라나
    • 199,300
    • -1.48%
    • 에이다
    • 647
    • +0.47%
    • 트론
    • 422
    • -1.4%
    • 스텔라루멘
    • 360
    • -0.28%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010
    • -0.96%
    • 체인링크
    • 20,450
    • -2.43%
    • 샌드박스
    • 209
    • -1.4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