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대두에도 "RA 차별점은 실행력·결과물"
"연금 기금화는 획일적…다양한 니즈 반영 못 해"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RA) 기반 투자일임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자산관리(WM) 시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국내 RA 업계 선두주자인 디셈버앤컴퍼니의 핀트는 증권사 중심의 초기 서비스를 넘어 은행권과의 협업을 확대하며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송인성 디셈버앤컴퍼니 대표는 서울 강남구 핀트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퇴직연금 투자란 결국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투자 여정과 경험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A 일임 서비스는 인공지능이 고객의 투자 성향을 분석한 뒤,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하고, 실제 투자 실행까지 모두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를 허용했고, 17개 증권사·운용사·자문일임사 등이 시범 사업자로 지정됐다.
송 대표는 “일반적으로 서비스 오픈 직후에만 유입이 집중되고 곧 사그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형퇴직연금(IRP) 일임 서비스는 오픈 이후에도 꾸준히 신규 유입과 추가 납입이 이어지고 있어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핀트는 2013년 설립된,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RA 기업 중 하나다. 지난 15일 기준 핀트의 개별 우량주식 전략 운용 금액이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신규 가입자와 기존 투자자의 추가 납입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핀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맞춤형 투자에 있다. 고객의 리스크 허용 수준에 따라 -3%도 민감한 이가 있고, -10%도 감내할 수 있는 이도 있다. 이에 따라 고객별로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실행한다. 송 대표는 “수익률은 결과물일 뿐, 더 중요한 건 고객이 투자를 계속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며 “핀트는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집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중화되며, 이를 활용해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개인 투자자도 늘고 있다. 핀트의 투자 알고리즘 ‘아이작(ISAAC)’ 역시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 중이다. 다만 송 대표는 “단순히 구성을 짜주는 기능과 달리, 핀트는 실제 계좌 내 매매를 실행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실행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신뢰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퇴직연금 기금화 가능성이 언급되며 민간 자산관리 시장 위축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송 대표는 “기금형은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획일적인 운용은 오히려 개인별 니즈를 반영하지 못해 자산 관리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RA 서비스는 개인 맞춤형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 강점이 있는 만큼, 퇴직연금 분야에서 IRP를 넘어 확정기여형(DC)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향후 기금 운용에서도 RA가 활용되거나, 기금을 활용하려는 고객에게 조언하는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핀트는 올해 들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NH농협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은행권 IRP 일임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반기에는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과 제휴해 연말까지 총 11개 퇴직연금사업자와 제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보험사 등 다른 업권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송 대표는 “미국은 RA 시장 규모가 수백조 원에 달하고, 일본도 RA 운용 자산이 15조 원을 넘는다”며 “우리나라도 퇴직연금이라는 막대한 자산이 개인 자산 형성과 국내 증시의 건전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TF 편입 제한, 위험자산 70% 한도 같은 규제들이 개선된다면 고객이 더 폭넓은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며 “투자가 생활의 일부가 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