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무관세’ 수입 멸균우유, 韓 상륙 앞둔 유업계 고민

입력 2025-07-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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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인 생활경제부 기자
▲정영인 생활경제부 기자

요즘 국내 우유업계는 ‘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걱정이 많다. 내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미국과 유럽산 수입 멸균우유에 무관세가 적용되면 저렴하고 유통기한이 긴 멸균우유가 대거 유입돼 국산 우유가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멸균우유의 점유율은 전체 우유 시장의 3%가량에 불과하지만, 수입량이 4년간 네 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국내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산 우유는 당연히 수입 멸균우유보다 신선하고 맛과 취향 면에서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다. 우유업계도 맛과 신선도만큼은 수입산보다 자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가 평소 흔히 사 먹는 흰우유는 ‘살균우유’로 개봉 전 기준 유통기한은 11~14일로 짧지만, 저온에서 살균 처리해 영양소 손실이 비교적 적고 신선하다. 반면 멸균우유는 원유를 초고온 처리해 상온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도 개봉 전 기준 최대 6개월 이상이다. 대신 일부 영양소 손실과 맛의 변형이 있을 수 있다.

국산 우유의 장점을 똑똑한 우리 소비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 멸균우유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모두가 ‘신선한 우유’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입 멸균우유 소비는 학생,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보관 편의성이 높아 ‘가성비 우유’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영양적으로도 일반 살균우유와 멸균우유를 비교했을 때, 멸균 과정에서 일부 비타민과 유익균이 영향을 받긴 하지만 단백질과 지방, 칼슘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우유 맛에 특별히 민감하지 않다면 수입 멸균우유는 영양을 챙길 수 있는 가성비 있는 선택이 되는 셈이다.

향후 무관세 조치로 멸균우유의 수입처가 다양해지면 지금보다 엄선된 제품이 들어올 가능성도 크다. 즉, 수입 멸균우유 확대는 곧바로 똑똑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국내 낙농업계와 우유업계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단순히 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단점만을 지적하기 보다는 소비자에게 정말 ‘필요한 우유’를 고민해야 할 때다. 국산 우유만의 남다른 가치를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한편 보다 특화한 제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유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프리미엄과 저가 수입산의 이분법을 넘어 보다 새로운 우유 시장의 부흥기가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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