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 사다리였던 전세, 왜 무너졌나 [전세의 월세화, 주거 패러다임 바뀐다 ②]

입력 2025-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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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98주 연속 상승

신규 입주 물량 줄고ㆍ전세 규제 강화
6ㆍ27 규제에 하반기 추가 감소 관측
“전세, 서민 ‘내집 마련 발판’ 측면 있는데⋯
대안 없이 사라질 땐 계층 이동 가능성↓”

내 집 마련은 커녕 전셋값도 만만치 않네요.

결혼을 앞둔 이모 씨(35·여성)는 최근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좌절했다. 가진 자금은 3억 원 수준인데, 서울 외곽 지역 전세도 4억~5억 원을 대부분 넘기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내 집 마련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전세를 살면서 대출을 최소화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무리를 해 전세를 낀 갭투자도 생각해봤지만, 최근 부동산 규제가 계속 강화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3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8월 첫째주부터 이달 14일까지 98주 연속 상승하며 중산층 주거불안을 키우고 있다. 구체적인 상승폭을 보면, 2023년 8월 7일 83.2에서 이달 14일 기준 89.7로 약 7.8% 올랐다. 98주간 서울 전세가격지수도 84.5에서 93.4로 10.5%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봐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꾸준히 오름세다.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둘째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년 동기간 대비 1.10% 올라 전국 평균 0.11%를 웃돌았고, 지난주까지 23주 연속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이처럼 오르는 건 공급 부족,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과 정부의 규제까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영향의 경우 서울에서도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과 마·용·성(마포· 용산·성동)의 전세가격 상승세를 보면 이해가 쉽다. 부동산원 통계에서 1~7월 둘째주까지 강남구 전세가격은 전년 동기간 대비 9.16% 뛰었고 송파도 10.2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마포(6.90%), 용산(5.98%), 성동(7.91%)구도 큰 폭 오르며 서울의 전체 전세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서울 주요 지역을 포함해 공급 물량은 앞으로 더 줄어들 예정이라 전반적인 전세가격 상승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7681가구로 집계됐는데, 내년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로 빠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포인트나 상승하며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출 이자가 늘어나자 전세 대출을 받는 세입자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해도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월세로 갈아타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 없어 목돈이 필요 없는 집주인의 경우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는 것보다 월세를 통해 매달 고정 수입을 얻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차인을 보호하고 전세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인에 대한 규제는 계속 강화됐다. 대표적으로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이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1회에 한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인상 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6·27 대출 규제가 발표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유주택자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은 1억 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아예 대출을 막았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는 대출을 말한다. 이밖에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내 실입주 의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 금지 등 규제도 걸었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 추세는 맞지만 속도가 빨라 보이는 건 통계적 착시도 있다는 지적이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통계에선 반전세도 월세로 집계하기 때문에, 전세의 월세화가 실제보다 과장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세 제도는 한국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기 자본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없어진다면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는 한국 사회에서 독특하지만 기능적으로 유용했던 제도”라며 “대안 없이 사라진다면 무주택자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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