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기후·디지털 리터러시 등 승인돼
기존 교과목과 다른 점에서 학생들 호응↑
‘선택’ 성적 평가 없이 이수·미이수 판별

서울 송파구 A 중학교 1학년 이동규 학생의 말이다. ‘학교자율시간’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에 도입된 개념이다. 학교가 지역과 학교 여건, 학생 필요에 따라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의 일부를 활용해 국가 교육과정 외에 새로운 과목을 개설·운영하는 시간이다. 올해 1학년 1학기에 학교자율시간을 편성한 A 중학교를 10일 찾아 해당 수업을 참관해봤다.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A 중학교에 도입된 학교자율시간 과목은 ‘기후변화와 우리’, ‘나를 알고 함께하는 성장’ 두 과목이다. 두 과목 모두 다른 중학교 교사들이 직접 개설해 서울시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과목이다.
당일 참관한 '기후변화와 우리'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기후변화 대응활동을 주제로 포스터를 만들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을 생각해보고 모둠별로 포스터를 만들어 이를 다른 학생들과 공유했다.

나를 알고 함께하는 성장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지역사회와 세계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과목이다. 학생들은 이날 수업에서 가치관에 대해 배우고 각자 ‘나의 소중한 것’을 주제로 포토에세이를 작성해 발표했다.
해당 수업을 들은 1학년 서라희 학생은 “수업을 통해서 저의 가치관에 대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며 “또 다른 친구들의 가치관이 어떻게 다르고, 왜 모든 가치관이 존중받아야 하는지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학교자율시간은 교육과정을 학교와 교사가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학생의 삶과 연결된 과목을 설계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무엇보다 교사가 직접 개설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수업과는 차별화된다. 주로 교과 융합 수업, 실험·실습, 탐구, 토론 등 참여가 강조되는 수업으로 학생들은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울 수 있다.
학교 여건에 따라 3개 학년 중 필요로 하는 학기에 편성·운영이 가능하다. 학교가 직접 과목을 신설할 수 있지만 교육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른 학교에서 만든 과목도 선택할 수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교육감 승인을 받은 과목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청소년 삶과 종교‘, ’인간과 공존’ 등이 있다. 어떤 과목을 개설할지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협의 과정과 소통을 통해 결정한다.
한 학기 동안 학교자율시간 과목을 들은 A 중학교 학생들은 기존 교과목과 다른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1학년 양지후 학생은 “이번 학기엔 기후변화에 대해 배워봤는데 전쟁과 같은 세계의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평가의 부담이 없다 보니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1학기 기준 학교자율시간 운영을 위해 서울시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과목은 총 23개인데, 이 중 18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성적 평가 없이 이수·미이수만 판별한다.
원유미 교사는 “학생들이 평가에 대한 부담 없이 배우고 싶은 걸 배운다는 점은 좋지만, 성적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일부 있다”며 “학교자율시간이 ‘노는 시간’처럼 되지 않으려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들의 학교자율시간 과목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직무연수도 운영한다. 중학교 교사 30명을 대상으로 이달 12~26일 진행되는 연수에서는 교육감 승인 과목 개설 방법, 디지털 기반 과목 개발 실습 등의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해당 연수에 참여하는 A 중학교 김은지 음악교사는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과 경쟁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어 타인에 대한 이해 등에선 부족한 면이 있다”며 “음악을 활용해 도덕과 인성을 기를 수 있는 과목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