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가 추진하는 '이기대 예술공원 및 퐁피두센터 부산' 유치 사업이 첫 공식 시민설명회부터 거센 찬반 논쟁에 휩싸였다.
15일 남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300여 명의 시민이 몰렸다. 설명회 시작 전부터 현장 밖에서는 반대 시위가 벌어지며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행사는 퐁피두센터 유치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의 투명성을 둘러싼 질문들이 쏟아지며 공론화의 필요성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300석 규모의 대강당은 행사 시작 전 일찌감치 자리가 찼다.
설명회에 늦게 도착한 시민들은 강당 뒤편에 서서 행사를 지켜봤고, 현장에는 남구 지역 시의원들과 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참석해 시민들의 반응을 살폈다.
한편, 건물 밖에서는 "퐁피두센터 부산 반대"를 외치는 피켓 시위가 이어졌고,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현장에 배치되기도 했다.
부산시는 설명회에서 "퐁피두센터 유치는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예술공원을 조성하고, 글로벌 예술도시로의 도약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유장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부산은 국내 어느 도시보다도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문화적 잠재력이 높다"며 "퐁피두센터 유치는 단순한 문화시설 유치를 넘어, 도시 브랜드와 문화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시는 총 1100억 원을 투입해 연간 관람객 46만 명, 4400억 원대의 경제효과, 5년간 5800여 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와의 협약 경위, 예술공원의 조성 계획, 향후 접근성 개선 방안 등을 담은 홍보영상도 이날 상영됐다.
일부 시민들은 계약과정의 투명성을 문제 삼았다.
한 시민은 "부산시가 퐁피두 측과 사전 협약을 맺으면서도 계약서를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시민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참석자는 "서울에서도 한화가 퐁피두센터 유치를 진행하는데, 부산에 또 하나를 짓는 것은 중복 투자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유장 국장은 “계약은 퐁피두 본부와 상호 합의하에 비공개로 진행한 것”이라며 "부산시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화 서울과의 중복 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에 콘서트홀이 있다고 부산은 콘서트홀을 못 만드느냐고 되묻고 싶다"며 "부산시가 추진하는 퐁피두센터는 지역 문화예술 기획 전시, 교육 프로그램, 환경·생태 기획 전시 등 전시만 바라보는 기획전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찬성 주민들은 "남구가 도시 외곽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세계적인 문화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또 "경전철 연장이나 순환버스 도입 등으로 접근성 문제는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가덕도 동남권 신공항 개항과 일정을 맞추어 개관시점을 조금 앞당겨 달라"는 요구도 했다.
설명회 말미까지도 찬반 시민 간 고성이 오가며 현장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부산시는 향후 추가 설명회와 공개토론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미술관 유치가 아니라 ‘부산형 문화전환’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퐁피두라는 세계적 문화 브랜드를 통해 도시경쟁력을 재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가 전략적 선택이라는 미명하에 밀어붙이기 식의 진행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