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줄줄이 타격
韓기업 글로벌 신뢰도에도 영향
기업 효율성 21계단↓

단일공장 파업은 산업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난 2016년 현대차 노조는 24일에 걸쳐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임금 인상이라는 소기 성과를 달성했으나,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는 14만2000대, 3조10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았다.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겪으면서 2016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3% 감소한 5조1935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0년 5조9185억 원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였다.
협력업체도 유탄을 맞았다. 당시 협력 중소기업의 생산설비 가동률은 20%p 이상 크게 감소했다. 중소기업 10개사 중 8개사는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피해가 크다'고 답했다.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겪은 납품 차질 경험 횟수의 경우, 2016년에 평균 5.8회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력중소기업들은 파업 장기화 시 고려하고 있는 경영조치(복수응답)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 등 생산축소'(65.0%)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상여금 900% 지급 등 역대 최대 규모 임금인상안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도 비슷한 사태가 되풀이됐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초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을 중심으로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냉연강판은 자동차·조선·가전 등의 핵심 소재다. 현대제철은 파업으로 인해 2월 한 달에만 약 27만 t(톤)의 생산 차질과 254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핵심 소재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완성차·조선업체까지 도미노 피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급망 불안은 결국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매출 감소와 직결되며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노사분규 131건 중에서 제조업은 60건으로 45.8%를 차지했다. 업종별로 제조업이 가장 큰 비중이다. 규모별로 보면 10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노사분규 건수가 가장 많았다. 47건으로 전체의 35% 였다. 임금인상 요구가 분규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노동 생산성과의 괴리다.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2023년 OECD 가맹국 38개국 중 33위(시간당 44.4달러)로,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파업 장기화로 인한 납기 지연과 계약 위반 사례가 늘며 한국 산업의 글로벌 신뢰도에도 금이 가고 있다. 조선·자동차 등 수출 중심 산업은 정시 납품이 핵심 경쟁력이다. 잦은 파업은 ‘공급 불안정 국가’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7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OECD 국가 중 27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인 7단계 하락했다. 생산성과 노동시장 등을 종합 평가한 기업 효율성이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떨어지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세계 기업인이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에 외국인 투자가 안 들어오는 큰 이유 중 하나로 강력한 노조가 꼽힌다.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출이 유입의 2~5배 수준”이라고 짚었다. KDB미래 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주간 KDB리포트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 대비 유출 비중은 2015년 1.8에서 2018년 3.0, 2021년 4.3 에서 지난해 4.2로 커졌다.
김 교수는 “한국 전체 근로자 중 노조 가입 비율은 2023년 기준, 13%에 불과하다. 2년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10%가 전체 근로자를 대표해 노동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