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 관건…“물량 많진 않을듯”

정부가 지분적립형 주택 도입 확대를 통해 공공 물량을 늘리는 안을 검토하면서 실효성에 시선이 쏠린다. 소유 형태가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물량 자체가 많지 않고 수요층도 한정된 만큼 전체 집값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10일 열린 이재명 정부 첫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주거 지원 정책 중 하나로 지분적립형 모델을 언급한 바 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일부인 10~25%만 초기에 납입하고 입주한 뒤 20~30년간 살면서 나머지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지분은 4년마다 10~15%씩 취득하면 된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 당장 자산이 부족한 20~30대나 신혼부부 등에 적합한 방식으로 고안됐다.
이는 김세용 국정기획위원회 위원(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지내면서 정부, 서울시와 함께 세부안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위원이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는 GH에서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연말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광명학온지구에서 첫 물량이 나오며, 내년 상반기 광교 A17블록에서도 240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GH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경우 나머지 지분을 취득하는 동안에는 임대료를 내며 거주하는데, 지분 비중이 높아질수록 임대료는 낮아진다. 거주 의무 기간은 5년, 전매 제한 기간은 10년이며, 기준 충족 후에는 민간에 매매 할 수 있다. 매각 때 발생한 시세차익은 보유 지분 비율에 따라 공공과 함께 배분한다.
지분적립형 주택 제도는 영국이 시초로 알려져 있는데,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득 상승률보다 높아 매년 갚아야 하는 지분 가격이 오르는 것 등이 부작용으로 언급됐다. 이 때문에 GH는 집값 상승 여부와 상관없이 추가 지분 획득 땐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약 2% 가정)만을 더하는 식으로 부담을 낮췄다.
다만 지분 100%를 획득하기 전까지 임대료 등을 계속해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것과 비교해 큰 비용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택 공급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제도”라면서도 “큰 혜택을 주면 세금 투입이 그만큼 늘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선 대출을 받는 것보다 조금 유리한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이 자산 증식 수단이 된 상황에서 집값 상승분을 온전히 소유할 수 없다는 점도 수요 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중산층 이상의 진입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소위 말하는 중산층 이상의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은 아닐 것”이라며 “주택은 커뮤니티가 중요해 거주자들의 소득이 높은 지역은 집값이 계속 올라가고 낮은 지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주자들의 자산 형성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민간 시장보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사업을 운영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가 부채가 과중해 많은 물량이 풀리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주택을 살 때 초기 자본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걸림돌이기 때문에 수요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공의 부담이 큰 사업이기 때문에 재원 마련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전반적인 물량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전체 집값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