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1만320원으로 올해보다 290원(2.9%) 오른다. 주 40시간(주휴 포함 월 209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215만688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2008년(2009년 적용) 이후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회의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회의장을 나온 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나온 것이 사용자 안에서는 30원 올리고, 노동자 안에서는 460원 깎은 안이다. 이게 무슨 심의촉진구간이냐”며 “철회를 요청했으나, 공익위원은 끝내 불허했다. ‘못 바꾸고, 그 안에서만 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심의촉진구간 안에서는 민주노총이 결정을 내릴 수 없고,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의촉진구간 논쟁은 앞선 10차 회의부터 이어졌다. 당시 공익위원은 하한액 1만210만 원(인상률 1.8%), 상한액 1만440원(4.1%)을 제시했는데, 노동계의 반발로 회의가 수 시간 정회됐다. 최임위는 자정이 지나 차수를 변경하고 회의를 속개했으나, 얼마 못 가 다시 종료했다.
민주노총의 퇴장으로 이날 회의는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3명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내에서도 퇴장 의견이 있었으나, 다른 위원들의 설득으로 자리를 지켰다. 노·사는 10차 수정안까지 제시했고, 이후 공익위원 중재로 밤 11시 20분쯤 합의를 이뤘다. 경영계 내에서도 합의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회의 후 입장문에서 “합의 과정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위원들의 강력한 반대 의사로 진통을 겪었으나,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에 이르렀다”며 “경영계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며, 이에 따른 부담과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익위원들은 새 정부 출범과 사회통합 취지를 고려해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의 퇴장으로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진 못했으나, 근로자위원 9명 중 과반(5명)이 동의해 ‘합의’로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는 회의 후 브리핑에서 “끝까지 인내하면서 최후까지 노·사를 설득하고, 그 결과로 합의에 도달해보자는 의지가 오늘의 합의 결과로 마무리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인상률은 2023년(5.0%)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8~2019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0년 이후 둔화했다. 특히 2021~2022년 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낮아 실질 최저임금이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1.7%인 올해도 물가 상승률이 전망치(한국은행 1.9%)를 기록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마이너스가 된다. 내년에는 급격한 물가 상승이 없다는 전제로 실질 최저임금 감소는 피하게 됐다.
최초 요구안을 고려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사 모두의 기대에 못 미치나, 양측에 나름의 명분을 제공한다. 노동계 입장에선 건설업 부진과 비상계엄 사태, 글로벌 관세 분쟁에 따른 경기침체와 경제 불확실성에도 실질 최저임금 감소를 막았고, 경영계 입장에선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3.1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상률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이의신청,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 등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