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계적 금융지원 목소리도
러-우戰 존재감 드러낸 우주 산업, 기술력 중진국 수준
K-방산이 모멘텀을 놓치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먼저 주요 방산 선진국들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한국 무기체계의 진입을 차단하려는 ‘방산 카르텔’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표 사례가 노르웨이의 2023년 차기 전차 도입사업이다. 당시 국산 전차가 테스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독일 레오파르트 전차가 최종 선택됐다. 2024년 영국의 자주포 도입사업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지 자회사 설립까지 추진했지만, 독일의 차륜형 자주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는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동맹국 간 무기조달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조율’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과 한국 무기 대신 유럽산 무기를 사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높은 폴란드 의존도 숙제다. 2022년 한국의 전체 방산 수출 중 폴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2%에 달했다. 최근 수출국 다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폴란드에 치우친 구조다. 2023년에는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핀란드, 호주, 말레이시아 등 수출국이 12개국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폴란드가 3분의 1 수준(35%)으로 가장 높다. 이제는 중동과 미국 국방 조달 시장 등 새로운 전략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국방조달 시장 규모는 연간 약 540조 원에 달한다.

기술 자립도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항공기 엔진·기어박스·부체계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 일례로 대한민국 대표 방산 수출품인 KF-21 전투기는 미국산 F414 엔진에 의존하고 있다.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의 수출 통제를 받는다. 한국이 KF-21을 수출하려면 미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K2전차에 탑재되는 독일산 엔진과 변속기도 최근에야 국산 부품으로 대체됐다. 방산 완제품 기준 국산화율은 2017년 74%에서 2021년 77%로 상승하며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방산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프랑스·스웨덴 등은 방산 수출을 위한 별도의 금융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무상원조나 차관 제공, 프랑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을 넘어서는 신용 지원을 제공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아예 초장기·초저리 조건을 앞세워 필리핀·태국 등에서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 15조 원이 대규모 방산 수출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최근 수출입은행법을 개정, 한도가 25조 원까지 증액됐다. 그럼에 선진국 대비 체계적인 금융지원 시스템 구축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분야는 국방 우주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발사체 등 국방 우주 분야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글로벌 우주기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우주공간 진출이 현대전의 핵심 요소로 부각됐다. 한국은 우주 분야에 있어서 아직 중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력 분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3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우주무기체계 기술력은 최고선진국 대비 70% 내외의 중진권 수준(80% 이상을 선진권 기술로 분류)으로 분석됐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 방산조달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방위 산업 수출 확대에 필수적이다. 정부에서 잘 관계를 유지해야 한국 방산기업 진출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지원과 관련해서도 “물론 25조 원까지 증액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방산 기업 입장에서는 금액이 더 커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은 금융지원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민간 차원으로도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